정치·사회적 이슈에 침묵하는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 미국의 정치 테마 상장지수펀드(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역설적으로 ‘반(反)정치’ 성향의 ETF가 수익성 1위에 오른 것이다.
4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 뉴욕증시에 상장된 ‘갓 블레스 아메리카 ETF(YALL)’는 올해 1분기 14.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승률(10.1%)을 웃돈다. 이 ETF의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35%에 달했다.
갓 블레스 아메리카 ETF는 동성애·낙태·선거 등 사업과 무관한 각종 이슈에 의견을 내는 기업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게 특징이다. 기업이 정치색을 띠게 되면 본연의 역할인 이익 극대화에 집중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 결과 동성애와 낙태권을 지지한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은 투자 대상에서 빠졌다.
이날 기준 갓 블레스 아메리카 ETF의 투자 비중은 엔비디아가 9.56%로 가장 높고 마이크로스트래티지(8.41%)·브로드컴(5.02%)·테슬라(4.26%)·보잉(4.18%) 등이 상위 편입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양대 정당을 지지하는 ETF 중에서는 민주당 성향의 펀드가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민주당 지지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데모크래틱 라지 캡 코어 ETF(DEMZ)’의 올해 수익률은 12.7%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23.3%에 달했다. MS(5.14%)·애플(4.99%)·월트디즈니(3.28%)·메타(3.09%)·알파벳(2.58%) 등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에 상승세를 탄 미국 주요 빅테크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아 공화당 성향 ETF의 수익률을 앞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지지 기업에 투자하는 ‘포인트 브리지 아메리카 퍼스트 ETF(MAGA)’의 수익률은 지난해 8.6%, 올 1분기에도 10.6%에 그쳤다. 이 ETF는 티커(종목 명칭을 간단히 나타내는 약자) 자체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에서 따왔다.
전통적으로 친공화당 성향인 에너지와 중공업 기업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원자력발전 설비를 갖춘 콘스텔레이션에너지(1.03%)를 비롯해 정유사 발레로에너지(0.90%)·마라톤페트롤리엄(0.90%), 장비 제조사 캐터필러(0.88%) 등을 편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