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엘리트' 공대생이 널리고 널렸다는 LG(003550) 사이언스파크, 미미미누가 판독하러 왔습니다.”
지난 4일 찾은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는 대학 캠퍼스처럼 분주하면서도 생기 가득한 분위기였다. 입시·교육 콘텐츠로 127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미미미누’가 등장해 수학과 코딩 문제를 냈다. 문제를 맞힌 학생은 상금도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배터리가 탑재된 전시용 차 포르쉐 타이칸과 GM 허머 EV 앞에는 삼삼오오 구경객이 몰렸다. 운전석에 앉아 인증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곳곳에 있는 푸드트럭 앞에서 음식을 받길 기다리는 학생들로 문전성시였다.
LG그룹이 국내 우수 R&D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LG 테크 콘퍼런스’ 풍경이다. LG그룹의 핵심 사업장이 집결한 마곡으로 학생들을 불러 모아 일종의 리쿠르팅 행사를 연 셈이다. 이를 위해 LG는 국내 이공계 석·박사 과정 연구개발(R&D) 학생 300여 명을 직접 초청했다.
인재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올해 LG는 8개 사업동을 할애하는 등 행사 규모를 대폭 키우고 성격도 기술 위주로 바꿨다. LG 전 계열사의 사업 내용이 담긴 실전 강의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어졌다. 강연 주제도 생성형 AI부터 자율주행, 양자 보안, 로보틱스 등 다양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강의를 옮겨 다니며 듣고,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 이삼수 LG전자(066570) 최고전략책임자(CSO) 등 주요 계열사에서 기술 조직을 이끌고 있는 임원 50여 명이 분야별 연사로 총출동했다. 유용한 실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30~40대 전문가로 구성한 소규모 기술 발표도 구성했다. 기술 강의 시간도 기존 20분에서 40분으로 늘렸다. 관심 기술을 담당하는 LG 선배 사원을 직접 선택해 사전 예약하고 미팅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이날 로봇 기술과 관련해 강연한 정웅 LG전자 CTO 전문 연구위원은 “일상 공간에서 로봇을 대중화하는 수준까지 가기 위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다른 기업들은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지 얘기를 나눴다”며 “대학교에도 몇 번 출강한 적이 있는데, LG나 로봇 기술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듣다 보니 그때보다 참여도가 유독 높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성과를 발표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학생들은 스포트라이트 세션을 통해 신약개발, 재료·소재 등 자신의 연구 주제를 소개하고 LG 임직원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그간 리쿠르팅 행사는 참석자가 강연을 듣는 방식 위주였지만 올해는 능동적 참여와 소통을 강조한 일종의 학술·기술 교류의 장을 조성하기 위해 변화를 줬다는 것이 LG 측 설명이다.
대학교 과방처럼 구현한 지하 공간에선 갖가지 LG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LG전자 제품들로 꾸민 오락실 콘셉트 방부터 시작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생성형 AI 기기 등이 눈에 띄었다.
LG는 기술 혁신과 비전을 알리는 주요 창구로 테크 컨퍼런스의 규모를 지속해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LG 관계자는 “행사 규모를 대폭 키워 인재들이 ‘오고 싶은 회사’라는 느낌을 받게 하는 데 주력했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인력 구조를 고민하고 미래 사업가 육성을 위한 각 계열사의 인재 확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