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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도 바이오 경쟁력 키우는데… 갈길 먼 ‘소부장 국산화’

배지·레진 등 92% 수입에 의존

해외기업 독과점 침투 어려운데

새 원자재 도입때 인허가 부담도

"글로벌 협업으로 국산 파이 확대"


정부가 지난 1일 ‘바이오 제조 혁신 전략’을 발표하며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에 나섰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유럽 등 제약·바이오 선진국들까지 국가적 차원에서 바이오 소부장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좀 더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바이오 소부장은 바이오산업 연구개발·생산·서비스 단계에 활용하기 위한 소재·부품·장비를 총칭한다.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할 때 세포 배양에 필요한 배지, 정제에 필요한 레진·필터 등이 대표적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원부자재의 92%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소부장 중 가장 자립도가 높은 장비 국산화율도 16%에 불과하다. 자동차 부품, 반도체 소재 등 타 업종에 비해 바이오 업종의 소부장 해외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문제는 국내 소부장 기업이 기술 경쟁력을 갖춰도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글로벌 바이오 소부장 상위 5개 기업이 전체 시장의 75% 이상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써모피셔·싸이티바, 독일 머크·싸토리우스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기업이 소부장 시장을 독과점한 상태에서 소부장 시장의 ‘표준’이 돼버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기본적인 프로세스가 전부 해외 제품으로 구성이 돼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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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허가 변경에 대한 부담도 걸림돌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생물을 기반으로 하는 의약품인 만큼 공정 소재, 관리가 중요하다. 미세한 변화로도 의약품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기존 공정과 소부장 제품 변경이 쉽지 않다. 원·부자재가 바뀌면 당국의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한다. 가격·기술 경쟁력이 있어도 원부자재를 함부로 바꾸지 않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레진을 도입하면 허가도 새로 받아야 하니까 (기업들이) 굳이 국산품으로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발주자로 바이오 소부장 시장에 뛰어든 국내 업체들은 소부장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독점 시장에 ‘침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격적인 영업을 위해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가격 후려치기 문제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산 소부장이 해외 제품보다 싸게 공급돼야 한다는 암묵적인 기대감이 있다”며 “가뜩이나 신생 기업은 재정여건이 어려운데 인건비 등 비용은 글로벌 기업과 똑같이 투입된다”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최근 제약·바이오의 종주국인 미국, 유럽까지 바이오 소부장 자립도 높이기에 나섰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미국은 바이오 산업을 주도할 ‘국가바이오경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바이오 제조 강화를 위해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행정명령’을 내리고 5년 내로 필수의약품의 원료의약품(API) 최소 25%를 미국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유럽연합(EU)도 바이오의약품의 공급망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유럽집행위원회(EC)는 EU 회원국마다 파편화된 바이오 규제를 단순화해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계획을 제시했다. EU 바이오 기술법 제정, EU 바이오허브 설립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소부장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개발 등 연구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통해 소부장 제품의 레퍼런스를 쌓아야 한다”며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지속하면서 국산 제품의 파이를 키우는 게 현실적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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