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범야권 세력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입법이 무산됐던 양곡관리법과 노란봉투법 등에 대해 다시 입법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를 흔들 수 있는 법안들을 밀어붙이면서 노동계 등 지지층 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방송3법 개정안 등에 대한 재입법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은 총선 선거운동 기간 이미 이해관계자를 겨냥해 재추진을 공약했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22대 국회에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입법화하겠다”며 “민주당과 한국노총 등 노동 사회 진영이 함께하는 연대체를 구성해 연내 입법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건강한 노사 관계를 크게 저해할 뿐 아니라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쌀 등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이미 재발의된 상태다. 민주당이 21대 국회 마지막인 다음 달 입법이 여의치 않으면 22대 국회에서 또 발의할 가능성이 높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9일 “범야권에서 200석을 얻을 경우 첫 번째 할 일은 윤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거부권이 행사된 법률안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시장 원리에 반해 산업계와 여당의 거센 반발을 샀던 경제 관련 법안들도 재입법을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민주당은 정유사와 은행이 일정 기준을 초과한 수익을 거둘 경우 초과분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횡재세’를 추진한 바 있다. 이중과세로 인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고통받는 서민들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며 추진 의사를 강조해왔다.
사회적 경제 기본법도 야당 지지층으로부터 요구가 큰 법안 중 하나다.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한편 공공기관의 의무 매입 등 예산을 투입해 지원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특정 정치 세력의 조직화에 활용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해왔다.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을 부를 쟁점 법안들이 쏟아져 나오면 제22대 국회는 개원과 맞물려 각종 상임위원회에서 극한 대치가 펼쳐질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