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부흥이 한창인 일본에서 폐쇄했던 공장을 재가동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새 공장을 짓는 것보다 시간이나 비용을 단축할 수 있어 기존 공장을 재활용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 일레트로닉스’는 11일 2014년 10월 폐쇄했던 야마나시현의 공장을 9년 반 만에 재가동했다. 이곳에서는 전력을 제어하는 파워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2000년 준공한 이 공장은 재가동과 함께 클린룸을 정비했으며 최신 제조 장치를 도입했다. 시바타 히데토시 사장은 “폐쇄했던 공장을 다시 사용함으로써 매우 신속하게 가동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래 이 공장은 PC용 반도체 생산을 주력으로 했었지만, 운영 재개를 통해 파워 반도체를 생산하게 됐다. 이번 공장 재가동으로 르네사스의 파워반도체 총 생산량은 2025년 이후 현재의 2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새 공장을 지으려면 착공부터 가동까지 2~3년이 걸리고 수천억엔이 투입돼야 했지만 폐쇄했던 공장을 새단장하는 방식으로 정비 기간은 1년으로 단축했고, 공사 비용은 900억엔까지 줄였다. ‘롬’도 지난해 이데미쓰코산의 자회사인 솔라프런티어로부터 미야자키현의 태양전지 공장을 사들여 이곳을 파워반도체 공장으로 전용하기로 했다. 총 3000억엔을 투입해 올해 말 가동에 들어갈 예정으로 2030년까지 파워반도체 생산량을 2021년도 대비 35배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반도체 수탁제조업체 ‘JS파운드리’가 1984년 세워진 니가타의 파나소닉 공장을 2022년 사들여 파워반도체 공장으로 탈바꿈시키기로 했다.
이 같은 노후 공장 활용은 일본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경제산업성 집계에 따르면 일본 국내에는 1980~1990년대에 가동된 반도체 관련 공장이 2021년 기준으로 약 80개 존재한다. 닛케이는 “파워반도체의 경우 회로 선폭이 연산용 시스템반도체에 비해 미세하지 않아 인재 확보나 클린룸 등의 설비 정비가 된다면 생산에 나설 수 있다”며 “노후 공장의 재생이 일본 전체의 반도체 산업력을 끌어 올리는 하나의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