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무슨일을 하든 응원해주고 잘 했다고 칭찬해주는데 어른이 되고 나면 ‘조건 없는 응원’이 사라지잖아요. 어린 친구들에게 ‘실패해도 배움이 있으면 괜찮아’라고 이야기해줄 수 있는 시대가 됐으면 좋겠어요.”
서은아 메타 인터내셔널 마케팅 동북아시아 총괄(상무)은 소셜미디어 상에서 직함보다 애칭(별명)이 더 잘 알려진 어른 중 하나다. 1만2000여명의 팔로워 사이에서 그는 ‘응원대장 올리부’로 불린다.
최근 신간 에세이 ‘응원하는 마음’을 펴낸 서 총괄은 서울 학동 윤현상재 라이브러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회가 적다 보니 실패하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 같고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과 두려움이 존재하는 사회”라며 “제 아이의 미래이기도 하고 제가 지나온 시간이기도 한 친구들을 응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타인의 미세한 변화들이 눈에 잘 보였다. 그는 “뒷모습만 보고도 오늘은 어깨가 조금 더 기울어 있구나, 지금 조금 불안한 기색이구나 하는 것들이 보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며 “왠지 슬퍼보이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좋아요’ 하나라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워크숍에서 커리어 목표를 적으라는 과제에 남들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 C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적을 때 응원대장(Cheerleader)이라고 쓴 것이 시작이었다.
유난히 기록을 좋아하는 그는 평소에 여섯 종류가 넘는 노트들을 챙겨 다닌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는 ‘막 노트’부터 목표 달성 노트 등 여러 노트 중에도 유독 눈에 띄는 게 응원 노트다. “어느 날 이직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어요. 이런 저런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자신 없어 하길래 ‘내 팀원인데 이미 잘 해주고 있잖아’하는 말에 큰 위로를 받았더라고요.” 내가 던진 응원의 말이 다시 돌아오는 느낌을 받아서 응원 노트를 이어가게 됐다.
그에게는 팀원이 여럿 있다. 메타 마케팅팀에서 일하는 팀원 뿐만 아니라 그간 외국계 회사를 거치면서 뽑았던 인턴들과도 15년 이상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마케터와 작가로 유명한 이승희와 김규림씨도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됐다.
축사를 부탁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출장을 떠나 있다가 오랜만에 만나면 눈물을 글썽거리는 팀원도 있다. 힘든 일이 있으면 그의 집으로 찾아와 일을 하다가도 육아 휴직 중인 직원에게는 아이들 밥을 함께 먹이러 연차를 내고 찾아가기도 한다. 낯선 풍경이다. 직원들이 어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진심으로 응원해준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팀장들에게도 “우리 팀장이 이렇게 했기 때문에 한다는 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피드백의 경우 성장에 대한 기반을 갖고 하는 이야기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팀장의 역량 중에 각각의 사람들에게 어떤 피드백의 방식이 작동하는지 인지하고 그에 따라 피드백 방식을 조정하는 것까지가 팀장의 역량이라는 것. 그는 “직무나 직장은 다 임시 타이틀이지만 응원하는 일은 평생의 일이 될 것”이라며 “많은 이들에게 실패가 있어도 배움이 있으면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고 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