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저출생 예산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그동안 저출생 사업 단순 확대에만 치중해온 저고위가 사업 예산 삭감 등 지출 효율화를 전면 검토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저고위는 각 부처의 답변을 모아 출산율 제고와 거리가 먼 사업들은 저출산 예산과 분리할 계획이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저고위는 최근 전 행정 부처에 저출생·고령화 사업 지출 효율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각 부처는 제4차(2021~2025)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라 저출산 사업을 수립·진행하고 있는데 이 중 예산이 낭비되거나 과도하게 배정된 사업이 없는지 살펴보라는 것이다.
저고위가 지출 효율화에 나선 것은 2020년 수립한 기본계획에 저출산과 관련이 없는 사업들이 수십 개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예방과 직장 내 성희롱 구제 방안, 인공지능(AI) 역량을 갖춘 창의 인재 육성, 청소년·사회초년생 대상 재무·금융 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사업 취지 자체는 필요성이 있을지 몰라도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이 같은 사업까지 모두 포함되면서 저출산 대응 예산은 2022년 기준 총 51조 7000억 원으로 5년 만에 2배 가까이 급증했지만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같은 기간 2016년부터 매년 떨어져 지난해 0.72명으로 추락했다. 저고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저출산 예산이 ‘뻥튀기’돼 있다는 지적들이 제기돼 각 부처에 요청을 했다”며 “지금까지는 예산을 늘리려고만 했다면 이번에는 기존 사업 중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는지 함께 살피고 이를 통해 저출산 대응과 관련이 없는 사업들은 저출산 예산에서 빼는 식의 작업을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저고위는 최근 각 부처에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다만 저고위에 각 부처의 저출산 예산을 심의하거나 편성할 권한이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중앙부처의 한 관계자는 “어느 부처 담당자가 자신들이 진행하는 사업이 비효율적이니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써내겠느냐”며 “게다가 저고위에는 예산 권한도 없어 각 부처에 협조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