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 지역 불안이 확산하면서 국내 물가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 가격이 요동칠 수 있는 데다 총선 때까지 미뤄졌던 전기·가스요금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식료품 업체들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며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4월 둘째 주(7~1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주보다 ℓ당 26.3원 오른 1673.3원으로 3주 연속 상승했다. 경유도 직전주에 비해 ℓ당 11.1원 상승한 1551.3원을 기록해 2주 연속 올랐다.
이란이 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발생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에 공습을 가하면서 석유류 가격의 추가 상승이 사실상 예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통 국제유가 가격은 2주의 시차를 두고 석유류에 반영된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1.2% 올라 지난해 1월 이후 14개월 만에 전년 동월 대비 상승 전환하기도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간 안정세를 보였던 근원물가가 국제유가의 영향을 받을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정부가 총선으로 인해 미뤄왔던 공공요금 인상도 탄력을 받게 된다. 우선 정부는 도시가스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공급비를 다음 달 1일부터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하반기부터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일단 공공요금 동결 방침은 올 상반기까지”라며 “(요금 인상은) 한전·가스공사 재무 상황, 국제 에너지 가격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료품 물가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동 지역 정세가 악화하면서 코코아·설탕 등 원재료 가격이 더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가격을 옥죄어왔기 때문에 버티기 힘든데도 버텨왔던 측면이 있다”며 “누구라도 먼저 가격을 올리기만 하면 따라 올리겠다는 기세로 대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가와 공공요금 등이 오르게 되면 외식 업계도 강한 가격 인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량이 많은 가공식품 32개 품목의 평균 가격 상승률은 이미 지난 1분기 기준 6.1%나 됐다. 식용유(49.8%), 설탕(27.7%) 등은 상승률이 20%를 웃돌기도 했다. 코코아·설탕 등 원재료 가격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해 설탕가격지수는 전년보다 26.6% 올랐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11일 코코아 선물 가격은 톤당 1만 373달러로 연초에 비해 142.6% 급등했다. 농산물 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물가 당국에는 부담이다. 지난달 농산물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20.5% 오르면서 두 달 연속 20%대 상승률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