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만파식적] 더블린 조약






1990년 6월 15일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 독일·프랑스·그리스·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소속 12개국 대표들이 모였다.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서 들어오는 외국인 난민 문제를 누가 어떻게 책임지느냐에 대해 조율하기 위해서였다. 12개국 대표들은 ‘더블린 조약’을 체결했다. 무국적자나 제3국 국민이 첫발을 디딘 나라에 난민 신청을 하고 해당 국가가 심사를 책임진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조약이었다. 이 조약은 1997년 발효됐으며 그 뒤 가입국은 EU 비회원국 일부를 포함해 32개국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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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전후부터 지중해나 발칸반도를 거쳐 유럽으로 몰리는 난민들의 대다수가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첫발을 들여놓는 바람에 두 나라와 다른 EU 회원국 사이에 갈등이 커졌다. 결국 EU집행위원회는 더블린 조약을 대체할 ‘신(新)이민·난민협정’ 초안을 2020년 발의했다. 새로운 조약은 장기간 심의를 거쳐 이달 10일 유럽 의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유입·수용 부담이 큰 회원국은 다른 회원국이나 제3국으로 난민을 배분할 수 있게 된다. 또 일정한 지원을 전제로 난민을 본국에 돌려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도 유럽의 난민 처리 사례를 소 닭 보듯 해서는 안 된다. 북한 급변 사태가 벌어질 경우 북한 주민의 대규모 이탈 가능성 때문이다. 유사시 북한 난민은 최소 수만 명, 최대 수백만 명에 이를 수 있다. 이 경우 다수의 탈북민들은 육로를 통해 중국·러시아로, 바다를 거쳐 한국·일본으로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난민 수용 책임을 놓고 동북아 국가들 간 외교 갈등이 격화될 수도 있다. 특히 중국은 탈북민 유입 관리를 명분으로 내세워 북한 내 병력을 보내 무단 점거하거나 북한 주민 수용 비용을 우리에게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신냉전 때문에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관련 국 협의가 불가능하다. 우리 정부와 전문가들은 북한 급변 사태 시 대규모 난민 수용·관리를 놓고 관련 국들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등에 대해 미리 연구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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