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방문한 대전의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안전모를 착용하고 구조내진실증시험센터에 들어서자 큰 소음이 나며 내진시험용 설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실제 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진동을 가정한 내진시험용 진동대다. 지진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면진장치’가 갖춰진 설비는 안정적으로 좌우로 흔들린 반면 바로 옆에 위치한 면진장치가 없는 설비는 윗부분으로 갈수록 좌우로 더욱 크게 흔들려 불안한 모습이었다.
한수원 중앙연구원에는 원전 안전성 증진을 위한 기술개발과 각종 현안을 해결하는 연구조직이 위치해 있다. 원전에 위치한 기기·구조물의 구조와 내진성능 실증시험을 수행하는 구조내진실증시험센터는 내진시험용 진동대와 구조시험을 위한 정동적 유압가력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다. 이 시험설비들은 원전 주요 기기와 구조물의 내진검증, 극한시험, 구조건전성 평가 등 현안해결에 활용된다.
이날 연구원에서는 지진을 모사한 진동이 발생하는 0.2g(지반가속도)의 지진을 가하는 시험이 수행됐다. 신한울 1, 2호기인 APR1400 노형은 원전 바닥 높이 기준으로 0.3g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은 진앙지, 진원지에 따라 체감 진동이 달라지는 진도가 아니라 측정 위치에서 느껴지는 객관적인 흔들림의 단위인 g(지반가속도)를 기준으로 한다.
국내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었던 2016년 경주 지진(규모 5.8)은 월성 원전에서 0.1g의 흔들림이 측정됐다. 지진에도 불구하고 원전에는 이상이 없었다. 국내 원전이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뿐 아니라 그보다 더 심한 지진까지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의미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의 내진설계기준은 일반 건축물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며 “일반 건축법은 ‘붕괴 방지와 인명 안전’을 목표로 하지만 원자력안전법은 ‘안전기능이 손상되지 않는 정상 가동’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내진설계라도 건축물은 인명 보호가 목적이기 때문에 균열과 주거 기능 훼손이 허용되지만 원전은 건물의 균열 등 구조물의 손상 없이 안전기능이 평상시와 동일하게 작동돼야 한다.
중앙연구원에는 시험센터 외에 원전 내 설비들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통합예측진단(AIMD)센터도 위치해있다. 이곳에서는 대형 화면을 통해 원전에 있는 각종 설비들의 현재 상태들을 확인할 수 있다. 한수원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동예측진단 모델’을 통해 현재 가동되고 있는 26개 가동원전의 1만 2000여 대의 주요 설비들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며 이상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AIMD 센터는 사람이 경험과 지식에 의존해 진단할 경우 객관적으로 진단하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객관적으로 진단해낼 수 있다. 하루 평균 100여 대 이상의 설비상태가 자동진단된다. 지난해에는 자동예측진단기술을 활용해 총 14건의 주요설비 고장을 예방했다. 사람은 고장에 가까운 정도로 이상징후가 드러나야만 인지할 수 있지만, 머신러닝기술을 활용해 그보다 앞서 발생하는 미세한 이상징후까지도 잡아낼 수 있다.
예송해 한수원 디지털플랜트기술그룹 부장은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AI 기술을 발전시키고 잘 활용하면 예측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원전의 안전성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