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방문한 경북 울진군 북면 신한울 2호기. 엄격한 보안 절차로 인해 휴대폰을 반납하고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친 뒤에야 원전 내부로 진입했다. 신한울 2호기는 1400㎿급 신형경수로 APR1400 노형으로, 이달 5일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높이 76.66m, 아파트 27층 높이에 달하는 원전 격납 건물이 우뚝 서 있는 이곳까지 진입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절차와 설비들을 거쳐야 한다.
원전의 두뇌인 주제어실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을 꽉 채운 모니터와 수많은 기기가 눈앞에 펼쳐졌다. 디지털 설비인 대형 정보 표시판을 통해 근무자들이 발전소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피고 있었다. 신한울 원전은 디지털화를 통해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국산화를 이룬 최초의 원전으로 눈금이 아닌 수치를 통해 직관적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주제어실을 지나면 전기를 생산하는 터빈룸이 나온다. 고압터빈에서 저압터빈을 지나 발전기까지 이어지는 70m 길이의 설비는 굉음을 내며 작동했다. 터빈이 회전하며 발생한 열기로 인해 이날도 터빈룸은 30도가 넘는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원전에서 핵분열을 통해 발생한 열로 증기를 만들면 증기가 발전기에 연결된 회전날개(터빈)를 회전시키며 전기를 만들어내는 원리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는 경북 전체 연간 전력 소요량의 22.5%다. 신태백·신가평 송전선로를 따라 수도권에도 공급된다.
신한울 1·2호기에는 22년간 저장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소도 각각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한울 본부 내에서 2031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확보돼 있다. 저장소 한 곳에는 22년분인 1844개의 연료봉 다발이 들어갈 수 있으며 현재 1호기에 마련된 저장소에는 520여 다발이 채워진 상태다. 연료봉 사이 공간이 일반 저장소보다 더 좁게 만들어진 ‘조밀랙(rack)’으로 설계돼 면적 대비 더 많은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다.
신한울 2호기에서 벗어나 차를 타고 5분 여 간 이동하면 신한울 3·4호기 부지가 나타난다. 3호기가 들어설 곳에는 빨간 깃발이, 4호기가 들어설 곳에는 푸른 깃발이 꽂혀 있다. 신한울 3·4호기는 지난해 6월 부지 정지에 착수해 3호기 2032년, 4호기 2033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한울 3·4호기 전체 공사비는 11조 7000억 원 규모다. 약 8년간의 건설 기간 동안 누적 720만 명의 고용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한수원은 전망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산업 성장 속도에 맞춰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신한울 3·4호기가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 경제와 지역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