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들이 출연하는 공연이 개막을 하루 앞두고 무산됐다.
공연 주최사 발레앤모델의 최준석 대표는 1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늘까지도 티켓 오픈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공연을 포기할 수밖에 없음을 알려드리게 돼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달 초 '볼쇼이발레단 갈라 콘서트 2024 인 서울'에서 '발레앤모델 2024 슈퍼 발레콘서트'로 공연명을 변경한 이 공연은 16∼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올려질 예정이었다.
주최사 측은 지난해 10월 세종문화회관과 대극장 대관 계약을 맺고 공연을 추진하던 중 출연자, 프로그램 등을 변경했다. 세종문화회관 내부 규정에 따라 공연 변경 신청 심의를 받았지만, 부결로 결론이 났다.
변경 내용을 보면 출연 인원이 20명에서 8명으로 줄었고, 이 가운데 수석 무용수는 12명에서 6명으로 변경됐다. 프로그램은 기존 2막 12장에서 2막 10장으로 변경되면서 기존에 제출했던 프로그램 6개가 빠지고 4개가 신규로 추가됐다.
발레앤모델은 공연 변경은 지난달 ‘푸틴의 발레리나’로 알려진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내한 공연이 취소된 이후 볼쇼이 발레단 측에 수준 높은 공연을 요청하며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자하로바는 볼쇼이 발레단의 간판스타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무용수로 내한 공연을 앞두고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관 등의 반발에 부딪혔다.
최 대표는 "(볼쇼이 발레단 단장이) 자하로바 사건 이후 더 높은 수준의 공연을 선사해 달라는 저의 거듭된 요청을 받아줬다"며 "볼쇼이 발레단을 대표하는 무용수들로만 구성해 최종 캐스팅을 완성하고, 볼쇼이 극장 수석 지휘자까지 캐스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볼쇼이'라는 본질이 바뀌지 않았음에도 공연 내용이 변경됐다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한러시아대사관은 이날 논평을 내고 공연 취소와 관련해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대사관은 지난달 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내한 공연도 취소된 점을 거론하면서 "이러한 일련의 조치에서 우리는 한국이 이제 문화 분야에서도 러시아와의 협력에 대해 특정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