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이혼소송에 나서는 부부들이 급증하고 있다. 배우자 외도를 비롯해 자녀 양육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 등이 주요 이혼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 가정법원에 접수된 이혼소송 건수는 2만 621건으로 집계된다. 이는 2022년(1만 6513건)보다 25% 증가한 수치다. 연간 이혼소송 건수 기준으로 2만 2074건을 기록한 2019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다는 게 SCMP의 분석이다. 특히 홍콩 인구가 750만 명 수준인임 감안하면 이 같은 이혼소송 건수는 상당히 많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교적 젊은 부부들의 이혼이 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는 모양새다. 이혼소송 전문 변호사인 조슬린 차오는 SCMP에 “최근 5년간 경향을 보면 3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 사이에 이혼을 신청하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다”며 “공통적인 이유는 외도와 자녀 양육 과정에서의 갈등과 관련돼 있다”고 전했다.
이혼 신청이 늘면서 소송 제기부터 심리까지 평균 대기 시간은 짧게는 50여 일에서 길게는 80여 일이 소요된다. 2020년부터 2022년의 경우 연 평균 1만 7196건의 이혼 사건이 접수되고 평균 대기시간은 62~69일 수준이었다. 홍콩에서는 이혼 승인을 받기 전에 결혼 생활이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을 법원에 입증해야 한다.
홍콩 입법회(의회) 의원인 피터 쿤 호밍 홍콩 성공회교회 목사는 이혼소송에 긴 시일이 걸리면서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많이 온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가능한 한 빨리 다시 시작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라고 말했다. 이어 “받은 전화의 대부분은 10살 이하 자녀를 둔 부모로부터 온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가정법원에 판사들이 추가 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정법원에 근무하는 인력은 2020년부터 현재까지 동일하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와 함께 이혼소송이 늘어나는 것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는 홍콩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홍콩 여성의 합계 출산율은 0.8%로 세계 최저 수준으로 평가된다. 차오 변호사는 “이혼 건수가 많은 것은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온 홍콩 사회에 확실히 좋은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출생아는 전년 대비 2% 증가한 3만 3200명으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