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 중인 태영건설이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정리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본PF 사업장 40곳 중 대부분은 사업을 그대로 진행하지만 토지 매입 단계의 브리지론 사업장은 1곳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시공사가 교체되거나 정리될 예정이다. 이번 태영건설의 PF 사업장에 대한 처리가 옥석 가리기를 골자로 한 금융 당국의 ‘PF 정상화 방안’에 대한 가늠자가 될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주요 채권단 18곳이 논의한 기업 개선 계획에는 태영건설의 PF 사업장 60곳(준공 완료 1곳 포함)에 대한 처리 방향도 포함됐다.
본PF 40곳과 브리지론 PF 20곳 중 총 10곳을 청산하기로 했다. 실사 결과 태영건설 우발 부채가 업계 우려만큼 발생하지 않았고 정상 사업장도 나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마곡 CP4 등 대주단과 신규 자금 문제로 마찰을 빚었던 주요 사업장들도 정리된 바 있다. 본PF 사업장 가운데 32곳은 사업을 이어가기로 했으며 7곳은 시공사 교체, 1곳은 청산(경·공매)을 결정했다. 브리지론 사업장은 10곳은 시공사 교체, 9곳은 청산하기로 했고 단 1곳만 사업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업장마다 채권단의 입장 차가 큰 탓에 기업 개선 계획 결의가 마냥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후순위 채권자의 경우 당장의 피해를 우려해 사업장 매각보다는 추가 자금 투입을 원할 가능성이 있는데 선순위 채권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기업 개선 계획이 시행되려면 채권단 75%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선순위와 후순위 채권자의 입장 차를 좁히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는 태영건설의 PF 사업장별 처리 방향이 향후 전체 PF 시장 정리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금융 당국이 발표할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을 미리 예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앞서 당국은 PF 사업장의 재구조화를 골자로 부실 사업장을 경·공매를 통해 신속하게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태영건설뿐 아니라 관련 하청 업체들 역시 금융권의 대손충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다”며 “특히 이번 태영건설의 사업장 정리 방향이 곧 당국이 내놓을 PF 정상화 과정과 일맥상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