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눈치를 보는 것일까, 우리 군의 주력인 육군에 견제일까. 해병대가 울릉부대를 창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 7년째 접어들고 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지난 2017년 10월 충남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해병대는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 상륙전력 증강에 따른 선제적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고 서북도서 방어 위주에서 주변국 위협을 동시에 대비한 전략도서방위사령부로 전환을 추진 중”이라며 “현재 순환식으로 운용 중인 울릉부대 편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울릉부대가 편성되면 평시 또는 유사시 독도로 접근하는 불특정 위협 세력을 차단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되며, 부대는 2018∼2020년 사이를 목표로 창설하겠다고 보고했다. 울릉부대 창설은 주변국 위협에 대응해 독도 주력 방어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의 U자형 방어태세에서 울릉도가 상대적인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많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특히 도서지역 경비 뿐만 아니라 만일에 하나 벌어질 수 있는 국지적 전투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울릉도 안보체계를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부각된 시점이다. 군 당국도 2015년 11월 유사시 독도 방어 능력 강화 등을 위해 울릉도에 중대급 해병대 병력을 수시로 파견해 전지훈련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중장기적으론 울릉도에 해병대 전투 병력을 상시 주둔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당시 해병대는 울릉부대 창설을 기점으로 전략도서방위사령부 창설을 위해 현재 백령도 6여단과 연평부대로 구성된 서북도서방위사령부의 5500여 병력 외 추가로 최대 1000명의 병력 증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군의 한 소식통은 “해병대 사단 병력 편제는 육군(1만 명) 사단에 비해 700∼1000명 부족한 상황”이라며 “해병대는 울릉부대 등 전략도서방위사령부 소요와 김포 2사단, 포항 1사단 등에 병력을 충원하기 위해 당시 500∼1000명 증원을 국방부에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심지어 해병대가 북한의 서해 5도 기습점령 및 후방 침투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 상륙전력 증강에 대한 선제적 대비 차원에서 2019년 전후로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전략도서방위사령부 개편하려고 했던 계획도 오리무중 상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울릉부대 창설계획이 까맣게 잊혀진 사이, 북한이 동해 NLL(북방한계선) 이남 해역에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울릉도엔 미사일 공습경보가 울리기도 했다. 지난 2022년 11월 2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분단 이후 처음 NLL 이남으로 감행한 미사일 도발이다. 강원도 속초에서 57km 떨어진 해역에 미사일이 탄착했지만 울릉도에는 미사일 공습경보가 울렸다.
군 안팎에서 울릉부대 창설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는 목소리가 나오는 계기가 됐다. 울릉도 내에 육지 방어를 책임질 주둔 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군사 전문가들도 미사일이 아닌 국지도발 등 다른 종류 도발이 감행됐을 경우 울릉도가 자체적으로 방어태세를 전개할 수 있다는 데 군 당국은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라는 대체적인 시각이다.
사실 울릉도는 군 당국이 추진했던 U자형 도서 방어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요충지로 꼽힌다. 그런데도 해군 일부 병력과 예비군을 관리하는 해병대 일부 병력이 울등도에 대한 방어 아닌 방어를 담당하는 상황이다. 독도의 경우는 경찰 병력이 일부 주둔하며 방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반면 서해에는 이미 해병대가 북한 접경 서해5도(백령도·연평도·우도·대청도·소청도)에서 안보태세를 확립 중이다. 특히 ‘U자 방어’ 최남단 꼭짓점 제주도, 제주도에는 해병대 전투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2015년 창설된 해병대 9여단이 제주해군기지 방어 및 예비군 동원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병대 9여단은 제주도의 안보 핵심으로 자리매김 했다.
그렇다면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왜 군 당국은 해병대의 울릉부대를 창설하지 않는 것일까. 군 안팎에서는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제 정치학 관점에서 일본과의 관계가 있고, 다른 하나는 주력군인 육군이 상징성이 높은 울릉도와 독도까지 해병대 관리 하에 들어가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겨, 견제 차원에서 강하게 반대하는 탓이라는 것이다.
최초 울릉부대 창설 계획이 나온 배경에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끊임없는 중국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한반도 주변 해상훈련 등 주변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조치였다.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해병대도 2017년을 기점으로 늦어도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5월 이전에 울릉부대를 창설하려고 했지만, 군 내부적 반대가 심해 중장기 과제로 밀려났다.
당시 해병대의 울릉부대 창설 계획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만들어진 ‘국방개혁2.0’ 과제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도 국방부가 제시한 ‘국방혁신4.0 기본계’ 과제에도 역시 빠졌다. 해병대의 울릉부대 창설에 대한 국방부의 공식 입장도 “해병대는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에 따라 미래 전방위 위협에 대비하며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전략기동부대로의 발전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밝혔다. 이는 해병대 울릉부대 대대급 창설에 대해 국방부가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놓을 것이다.
군의 한 소식통은 “해병대의 울릉부대 창설은 육군의 반대가 강하기 때문”이라며 “그 근거로 ‘해병대는 상륙작전을 주 임무로 한다’고 국군조직법에 명시돼 있다는 이유 등을 제시하며 윤석열 정부 국방혁신4.0 기본계획에 반영되지 않고 국방부 내부적으로 논의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때문에 특히 울릉부대 창설과 관련해 군 차원을 넘어 정부 최고위급 의사결정 과정이나 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반면 울릉도에서 90km 떨어진 독도를 확실하게 방어할 수 있는 대안으로 해병대의 울릉부대 창설에 대해 국회 국방위원회 여야 의원들도 대체로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의 울릉부대 창설은 국제적 차원에서 일본의 강한 반대도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일본과의 관계가 개선된 상황에서 해병대의 울릉부대의 창설을 현 정부가 추진할 이유가 없다. 일본은 2005년부터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가 자국의 영토임을 대내외에 공식적으로 공표하고, 우리 군 당국의 독도 훈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해병대의 울릉부대 창설 계획을 공식화하면 양국은 또다시 외교적으로 강한 대립 전선을 형성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독도방어훈련에 대해 일본이 강하게 반대하는데 대대급 해병대대의 울릉부대 창설을 추진할 경우 일본과의 관계는 최악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현 정부로서는 해병대의 울릉부대 창설을 추진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
해병대가 제시했던 U자 방어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울릉도는 현재 해군 예하 제118조기경보전대가 도서 방위를 담당하고 있다. 장성 출신의 전직 국방부 관계자는 “해군 조기경보전대와 공군 방공관제대대가 울릉도 현지에 주둔하고 있지만 U축 체계 내에서는 울릉도가 사각지대로 꼽힌다”다며 “최근 북한 도발은 예측 불가능성으로 해병대의 울릉부대 창설까지는 아니더라도 해병대가 울릉도에 병력을 정기적으로 순환배치하면서 동해상 최전방 거점 방어에 의지를 대외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국방부는 울릉도 방어태세를 견고히 확립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울릉도에 상주하고 있는 해군과 공군 등에 전투병력이 있다”며 “적 도발 상황이 생기면 통합방위법에 따라 군이 울릉도 방호를 관할하고 대비 태세나 주민들 안전에 대해선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