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거래 주문을 맡아 처리하던 TD코웬이 국내 증권사에 제공하던 옴니버스 어카운드(통합계좌) 서비스 종료를 통보하면서 국내 증권사들도 급해졌다. 불과 3주가량 남기고 중지 통보를 받으면서 TD코웬을 대체할 수 있는 브로커 증권사를 찾아 안정적인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대형 증권사들은 그동안 복수의 브로커와 거래를 했던 만큼 메인 중개 업체인 코웬의 역할을 다른 업체가 수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시간 내 시스템을 조정해야 하는 리스크는 여전하다.
업계에서는 중소형 업체를 중심으로 주간거래(데이마켓·오버나이트트레이딩)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미국과 국내 주식거래 시차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간에 맞춰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의 시초가 TD코웬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브 파트너사를 전면에 내세워 해외 거래 서비스를 중단 없이 제공하더라도 주간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시스템 조정이 필요하다”며 “거래량이 많은 대형사의 경우 현지 파트너사가 시스템 안정화 작업을 우선 진행하겠지만 소형사는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최악의 경우 해외 거래를 잠정 중단하는 업체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해외 주식거래를 지원하는 국내 업체들의 미국 중개 파트너는 TD코웬과 칸토, 벨로시티 등 몇 군데 현지 증권사로 한정돼 있다. TD코웬을 대체해 칸토, 벨로시티 등과 5월 이후 신규 계약을 맺더라도 시스템 구축 수요가 몰려 증권사별로 우선순위에 차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 업체들이 5월 이전까지 해외 거래 시스템을 재정비하지 못할 수 있다”며 “대형 업체들도 4월 말까지 거래 안정화 작업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번 TD코웬의 통합계좌 서비스 중단으로 실제 해외 주식거래를 중지하는 증권사가 발생할 경우 미국 현지 파트너사의 문제로 인해 서비스가 멈추는 두 번째 사례가 된다. 2022년 6월 IBK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미국 브로커 증권사였던 LEK증권이 현지 규제 당국의 제재로 영업이 중단되면서 MTS와 HTS를 통한 신규 매수와 매도를 약 두 달간 중단한 바 있다.
미국 규제 당국의 움직임에 따라 현지 파트너 리스크가 향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점도 골칫거리다. TD코웬의 이번 국내 대상 서비스 중단은 계열사인 TD은행이 미국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데 따른 역풍으로 알려졌다.
TD은행은 자금세탁방지(AML)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캐나다 금융범죄당국으로부터 1000만 캐나다달러(744만 미국 달러)의 벌금을 받았다. 아울러 미국 법무부도 TD은행이 지난해 미국 퍼스트호라이즌뱅크를 인수하려다 철회하는 과정에서 AML 규정을 위반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현지의 한 국내 금융권 관계자는 “TD코웬이 내부 규제 기준을 높이면서 해외에 제공하는 통합계좌 사업 자체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그동안 미국 증권사가 해외에 제공하는 통합계좌 서비스가 고객확인(KYC)과 AML이 부실하다는 우려를 표명해왔다. SEC는 내부 보고서에서 “외국 금융기관을 위한 통합계좌는 사기나 자금세탁, 미등록 증권 공모 등 불법 활동의 위험이 특히 높다”며 “범죄자들이 해당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자금은 물론 주식의 최종 소유자에 대한 신원을 감출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체 미국 법인을 이용한 중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코웬의 빈자리를 뉴욕 법인이 메울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미국 주식 주문은 그동안 현지법인이 직접 처리해왔으며 영국과 독일, 캐나다 주식 거래는 코웬이 메인 브로커 역할을 해왔다”며 “5월부터는 코웬이 담당하던 거래 중개를 뉴욕 법인에서 담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토스증권 측은 “해외 주식 파트너사를 3중으로 구축해뒀다”며 “파트너사가 기술과 재무 상황은 물론 규제 측면에서 안정적인지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로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