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 등과 검찰청 안에서 술판을 벌이며 진술을 조작했다는 주장에 검찰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0% 사실로 보인다”며 당 차원의 진상조사기구도 만들어 공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17일 수원지검은 입장문을 내고 “이화영이 수원지검에서 쌍방울 관계자들이 가져온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시며 진술을 조작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고 밝혔다.
이 주장은 이달 4일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가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앞 방에서 쌍방울 직원들이 외부에서 연어·회덮밥 등 음식을 가져다주고 술도 한 번 먹은 기억이 있다”고 한 진술에서 시작됐다. 재판에서 검사가 “소주를 마시면 냄새가 날 텐데 교도관이 뭐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묻자 그는 “한참 지나고 진정된 뒤에 갔다”고 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곧바로 총공세로 돌입했다. 평소 재판장에 출석할 때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이 대표는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사건’ 피고인 출석 자리에서 검찰을 작심한 듯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 김 회장, 방 부회장 3명이 검사실 앞방 ‘창고’라고 쓰여진 방에 들어가서 술판을 벌이고 허위 진술 모의 계획을 했다는 겁니다”라며 “내가 보기에 검찰의 이런 태도로 봐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은 100% 사실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도 13일 “대대적 감찰과 수사가 즉시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민주당은 진상조사기구를 만들기로 하고 민형배 의원이 단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은 이 같은 주장이 나온 뒤 계호 교도관 38명, 이 전 부지사 조사에 입회한 변호사, 대질 조사를 받은 김 회장, 방 부회장 등 쌍방울 관계자, 음식 주문 및 출정 기록 등을 조사하고 야권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수원지검은 “음주일시로 나온 2023년 6월 30일에 이 전 부지사는 검사실이 아닌 구치감에서 식사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2023년 5~7월 근무한 계호 교도관 38명 전원에 대해 전수조사 결과 밀착 계호하는 상황에서 음주는 불가능하고 이를 목격한 적도 없고 외부인이 가져온 식사를 제공한 사실도 없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5월 19일 민주당 법률위원회 소속 변호인 참여하에 진술서를 작성·제출하고 6월 9일부터 30일까지 5회에 걸쳐 대북 송금과 관련한 이 전 지사의 관여 사실에 대한 진술을 모두 마친 상황인데 주장처럼 6월 30일 이후부터 7월 초순까지 술을 마시며 진술을 조작했다는 주장은 시기적으로도 안 맞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CCTV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검찰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CCTV는)청사 방호 용도로 복도에만 설치되고 사무실에는 설치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또 이 전 부지사가 계속 말바꿈을 하며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12월 소위 옥중서신, 옥중노트를 공개했는데 그 내용에도 술을 마시며 진술 조작했다는 사실이 전혀 없었다”며 “그러다가 이달 4일 변론 종결 당일에 술을 마셨다는 주장을 꺼냈다”며 급조된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 “증거로 채택될 수도 없는 조서 작성을 위해 이 전 부지사를 외유할 이유도, 실익도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증거에 동의하지 않으면 증거로 쓸 수 없고 실제 이 전 부지사 재판에 증거로 채택된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