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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주주행동주의 단기수익만 추구 안돼"…거취엔 침묵

■기업·주주행동주의 상생 간담

"기업 장기 성장동력 장애물"

임기 지킨다던 李, 돌연 침묵

법무수석 임명설에 힘 실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업과 주주행동주의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업과 주주행동주의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주주행동주의 펀드 대표들을 만나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는 무리한 요구는 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을 저해할 뿐 아니라 자본시장 발전에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장기 성장 전략을 강하게 주문했다. 자신의 대통령실 합류설에 대해서는 일축하는 대신 “이해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기업과 주주행동주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주주행동주의 기관은 ‘장기 성장 전략’을 기업과 주주들에게 적극적으로 제시해주기를 당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트러스톤·KCGI·안다·얼라인·차파트너스 등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대표들과 함께 KT&G·DB하이텍·신한금융지주·JB금융지주 등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최근 주주행동주의 활동이 늘면서 주주 제안을 접수한 상장회사는 2020년 26개사 59건에서 올해 40개사 93건으로 증가했다. 다만 올해 정기 주주총회 결과에서는 주주 제안 93건 가운데 주주 환원 2건과 이사 선임 안건 26건 정도만 가결되는 데 그쳤다. 삼성물산 등 일부 기업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제시한 배당 확대안이 부결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주주와 기업이 상생하고 발전하려면 주주행동주의 기관과 기업 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행동 전략이 탄탄하지 않을 경우 주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공허한 캠페인으로 끝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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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기업도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을 요구했다. 향후 주주행동주의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요구 등 다양한 활동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큰 만큼 스스로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고 지배구조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기업과 주주행동주의 기관 등 양측 의견을 골고루 듣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회의 직후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새로운 내용은 없었으나 각계 전문가들이 균형 있게 이야기하는 자리였다”며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도 큰 의미”라고 했다.

기업 측에서는 주주 보호만큼 안정적인 사업 기반도 중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양승주 DB하이텍 부사장은 “지난해 벤처기업 복수의결권을 도입했듯이 잡음 없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장치를 허용해야 한다”며 “주주들이 기업에 요청하는 자료도 조금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측은 이날 간담회에서 행동주의 펀드 측이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는지 심도 있게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금융위원회도 23일 열리는 한국증권학회 정책심포지엄에서 학계, 연기금, 주주행동주의 기관들과 밸류업과 관련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대통령실 합류설이 제기된 이 원장은 간담회 직후 거취를 묻자 “이해해달라, 죄송하다”며 답변을 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전날 이 원장이 갑작스럽게 휴가를 내고 금융위원회 정례 회의에 불참한 후 대통령실 합류가 임박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이 조직 개편을 통해 신설할 것으로 알려진 ‘법률수석비서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원장은 전날까지만 해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밸류업 투자설명회(IR) 등 금융 감독 현안이 많은 만큼 임기를 마치겠다는 뜻을 내비쳤으나 추후 대통령실 결정에 따라 자리를 옮길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 원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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