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재보복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란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응징에 나서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전면전 우려가 다시 증폭되는 양상이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7일(이하 현지 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에 대한 재반격 방식은 주체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란 대응에 대한 결정은 주체적으로 내릴 것”이라며 “이스라엘 정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할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과의 면담 이후 나왔다.
캐머런 장관은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이스라엘이 행동하기로 결정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우리는 그들이 가능한 한 갈등을 덜 고조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베어보크 장관도 “역내 모든 당사자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며 “긴장 고조는 이스라엘 안보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여전히 억류된 수십 명의 인질, 가자지구 주민, 정권 아래에서 고통받는 이란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에 대한 보복 의지를 재차 밝히면서 한동안 잠잠해진 전면전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이스라엘은 13일에 이어 15일에도 이란에 보복 공격을 감행하려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만류로 일정을 연기했다”고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이스라엘의 보복 자체는 이미 결정됐으며 시기의 문제만 남아 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이스라엘의 보복 의지가 확고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도 이날 “(이스라엘의) 아주 작은 침략도 거대하고 가혹한 응징을 유발할 것”이라고 맞대응하고 나섰다. 이란은 이날 ‘군의 날’ 행사를 열고 퍼레이드에서 이스라엘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리 세력으로 불리는 무장단체들과의 국지전이 벌어져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날 레바논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북 군사시설에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공격으로 이스라엘 군인 14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는 전날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동부에 헤즈볼라의 기반 시설을 공습해 헤즈볼라 대원 3명이 사망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최근 몇 달 동안 벌인 공격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전면전이 아닌 대리전 방식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드론과 미사일을 통해 핵심 군사시설을 타격하거나 헤즈볼라 등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무장단체를 공격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이버 공격이나 암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큰 긴장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이란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