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비공개 만찬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 전 위원장을 향해서는 “주군에 대들다가 폐세자된 황태자”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홍 시장은 4·10 총선 패배의 원인을 한 위원장으로 규정하는 한편 ‘용산 책임론’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삼가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시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 황태자 행세로 윤 대통령 극렬 지지세력 중 일부가 지지한 윤 대통령의 그림자였지 독립 변수가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집권당 총선을 사상 유례없이 말아 먹은 그를 당이 다시 받아 들일 공간이 있나”라며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윤 대통령을 만난 이후에도 홍 시장은 한 전 위원장에 대해 비판적인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16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비공개 만찬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윤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김한길 국무총리·장제원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인선을 제안하고 국정 기조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홍 시장은 4·10 총선 이후 한 전 위원장을 향해 “정치 아이돌”, “대권 놀이”라는 식으로 직격해왔다.
반면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 시장은 총선 패배 이후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거가 참패하고 난 뒤 그걸 당의 책임이 아닌 대통령 책임으로 돌리게 되면 이 정권은 그야말로 대혼란을 초래하게 되고 범여권 전체가 수렁에 빠지게 된다”며 윤 대통령을 옹호했다.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친윤석열)계 주도로 당원 투표 100%로 변경한 국민의힘 전당대회 룰에 대해서도 “당대표 선거는 당원 100%로 하는게 맞을 거로 보인다”며 전당대회 룰을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 여론조사 30%, 당원 70% 비율로 진행됐던 기존 국민의힘의 당대표 전당대회 룰은 홍 시장이 혁신위원장이던 2006년 당시 정해진 방침이다.
홍 시장의 이같은 행보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입지를 다지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홍 시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에 나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고 대통령에게 어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당대표 전당대회가 6월 중으로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수 지지층의 높은 지지도를 기반으로 한 전 위원장의 ‘재등판’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