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형제를 상습적으로 잔혹하게 폭행한 계모와 이를 묵인하고 같이 학대한 친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을 맡은 판사는 부부의 범행을 설명하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18일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수정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계모 A(40대)씨와 친부 B(40대)씨의 선고 공판을 열고 A씨에게 징역 4년, B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5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김 부장판사는 “아동을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부모가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해결해주지 않고 훈육을 빙자해 과도한 폭력을 행사했다”며 “피고인들은 스스로 방어 능력이 없어 부모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어린 자녀를 학대하고 이를 피해 아동 문제 행동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들은 피해 아동들의 잠을 재우지 않고 반성문을 쓰게 하거나 형이 동생을 감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목을 졸랐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피고인들 행동은 정당한 훈육이라고 볼 수 없고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변명에 급급한 모습은 피해 아동에게 한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반성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 아동이 겪은 것을 고려하면 중형 선고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해 아동이 친부에 대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아 보낸 편지에 대해서도 “(친부가)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아동이 보낸 편지는 주변 종용 등으로 보이기 때문에 유리한 양형으로 비중있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계모 A씨는 2021년 5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초등학생 형제를 20차례 이상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첫째 아들이 자신의 생일선물로 꽃바구니를 사 오자 “돈을 함부로 쓴다”며 쇠자로 손바닥을 수차례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들이 폭행으로 인해 멍 등의 상흔이 남으면 학교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술에 취해 아이들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거나 수 개월에 걸쳐 아이들을 굶긴 적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친부 B씨는 A씨의 상습적인 범행을 알면서도 방관하고 함께 때리는 등 9차례에 걸쳐 아동들을 학대하고 방임한 혐의를 받는다.
부부의 범행은 집에서 쫓겨난 형제의 연락을 받은 고모부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밝혀졌다. 학교 측 역시 아이들이 멍이 들어 오는 점 등을 이상하게 여겨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