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금융지수 개발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에 미국인의 투자금이 흘러가도록 도왔다는 내용의 미 하원 특별위원회의 보고서가 나왔다. 위원회는 중국의 돈줄을 막기 위해서는 투자 활동도 막아야 한다며 입법 촉구에 나섰다.
1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하원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MSCI는 미 정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 50여 곳을 포함한 금융지수(인덱스)를 개발해 37억 달러(약 5조 1000억 원)의 투자를 촉진했다. 블랙록은 이런 지수 추종 펀드를 통해 미국인의 퇴직금 등으로 최소 19억 달러(약 2조 6000억 달러)를 투자했다.
보고서는 “MSCI와 블랙록뿐 아니라 월스트리트의 주요 지수 제공 업체와 자산운용사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들에 수십억 달러를 몰아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인덱스펀드 투자로 자금을 수혈 받은 기업이 전투기 제조 방산 업체인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AVIC)와 유전자 기업 BGI그룹, 인터넷 보안 업체 치후360 등 63곳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이 유치한 자금은 65억 달러(약 9조 원)에 이른다.
보고서는 “이런 행위가 불법이 아니다”면서 “다만 미중 경쟁이 심화하는 만큼 이런 자본 흐름을 제한하기 위해 미국 의회가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보완 입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인들이 노후를 대비해 모은 수십억 달러의 저축이 중국의 군사력 강화와 인권침해에 계속 자금을 대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가열되는 정치적 논쟁의 핵심이 미국이 중국에 얼마나 강경해야 하는지, 그리고 중국을 돕는 것으로 간주되는 미국 기업들에 얼마나 강경해야 하는가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논평했다.
한편 블랙록과 MSCI는 자신들이 법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중국 기업을 지수 펀드에서 독립적으로 제외할 재량권이 없다고 반박했다. 블랙록은 “보고서는 인덱스펀드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으며 MSCI도 “지수는 시장 실적을 측정한 수학적 계산의 결과일 뿐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두 회사는 위원회의 보고서와 권고 사항을 검토하겠다며 “중국 기업 투자와 관련해 미국 법률이 변경되면 모든 변경 사항을 지수 등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