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퓰리처상 수상작 ‘동조자’를 원작으로 한 HBO 오리지널 시리즈 ‘동조자’로 돌아왔다. 18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박 감독은 “아이러니, 패러독스, 부조리성을 가진 작품”이라며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겉과 반대되는 내적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조자’는 베트남계 미국 작가인 비엣 타인 응우엔의 작품을 원작으로 했다. 베트남전 당시 이중간첩으로 살던 대위(호아 쉬안데)가 두 개의 사상, 두 개의 문명, 두 개의 자아 속에서 겪는 혼란을 그려 냈다. 박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오묘한 모순과 대조가 이번 작품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나는 반반이다, 두 가지 피, 두 가지 언어, 나는 모순의 결합체다”라고 말하는 극의 첫 부분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박 감독의 드라마 연출은 BBC ‘리틀 드러머 걸’ 이후 두 번째다. 그는 이번 작품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제작, 각본, 연출을 도맡았고, 연출은 7부작 중 1~3화를 맡았다. 박 감독은 “문학만이 가지고 있는 풍부함을 스크린으로 옮기기는 어렵다”면서도 “영상만이 가능한 내러티브 기법들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 특유의 미장센이 드러난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명작 드라마를 만들기로 유명한 HBO 오리지널인 만큼 화면 속 빈틈을 찾기 어렵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코미디”라는 박 감독의 말처럼 무거운 내용을 다루기만 결코 무겁게 진행되지만은 않는다. 박 감독은 “부조리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유머를 선택했다”며 “비극적인 상황 속 씁쓸한 유머가 가장 중요했다”고 밝혔다.
베트남전을 그린 만큼 타국의 역사를 다루는 고충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박 감독은 “근현대사의 공통점을 가진 나라의 사람으로서 동병상련의 마음이 있다”며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이 얼마나 격렬한가 생각하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인이나 미국인이 아니면서 적절한 거리감으로 군사적 긴장, 이념 투쟁, 강대국의 영향을 표현하는 데 제가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극중 CIA 요원, 교수, 영화감독, 하원의원의 1인 4역을 맡아 맹활약한다. 그를 이렇게 캐스팅한 데 박 감독은 “미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다양한 역할을 맡으면서 그것을 구별되도록 개성있게 표현하는 배우는 찾기 어렵다”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기를 호평했다.
이번 작품의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절반 이상의 대사가 베트남어라는 점이다. 박 감독은 “1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들어갔는데 베트남 배우들이 등장하고 대사가 나온다는 것은 어찌 보면 놀랍고 너무 늦은 일”이라며 “소수 집단이 힘을 가지게 되며 자기 목소리를 낼 통로를 찾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15일부터 매주 1화씩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