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법 "검찰분석관의 성폭력피해아동 면담 영상은 증거능력 없어"

대검찰청 소속 진술분석관의 영상 녹화물

1~2심에 이어 대법원 모두 증거 능력 불인정





아동성폭력 피해자와 검찰 소속 진술분석관의 면담 내용을 녹화한 영상은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아동복지법 위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유사성행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친모와 지인 등 피고인들에게 일부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계부는 무죄를 확정받았다.

2009년생 피해자의 친모와 계부, 지인들은 성폭력처벌법과 아동복지법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를 담당한 검찰은 대검찰청 소속 진술분석관에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대한 의견 조회를 요청했다. 성폭력처벌법 제33조는 '피해자가 13세 미만일 경우 관련 전문가에게 피해자의 정신·심리 상태에 대한 진단 소견 및 진술 내용에 관한 의견을 조회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진술분석관은 피해자와의 면담 내용을 녹화해 증거로 법원에 이를 제출했다. 다만 해당 영상이 증거 능력을 인정할지 여부가 재판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형사재판에서 사건 관련 진술은 직접 경험한 사람이 법정에 출석해 말한 것만 증거로 쓸 수 있으며, 이외 진술이 담긴 서류와 남에게 전해 들은 말은 전문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



검찰 측은 진술분석관의 면담 녹화물이 수사 과정 외에서 나왔으므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1,2심과 대법원은 모두 녹화물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영상녹화물은 수사 과정 외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313조 1항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면담이 검사의 요청으로 이뤄졌고 진술분석관은 대검 소속이며 면담 장소도 지방검찰청 조사실이었던 점 등을 고려해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사 과정 외'의 경우에서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허용하는 313조를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영상녹화물은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나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가 아니고,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도 아니므로 형사소송법 제312조에 의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진술분석관이 해당 사건의 수사를 담당하지 않았지만 관련 배경을 살펴봤을 때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영상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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