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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잘못된 ‘장려수당’ 설계…장교는 ‘비과세’ vs 부사관은 ‘과세’[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수령 월급 보다 많은 돈 세금으로 떼여

“봉급명세서 받아보고 속은 것 같았다”

부사관, 실수령 800만원도 안돼 논란

장교는 원천징수 없어 1200만원 지급

지난 3월 29일 전라북도 익산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열린 ‘부사관 23-5기 임관식’에서 신임 부사관들 정모를 하늘로 던지며 자축하고 있다. 사진 제공=육군지난 3월 29일 전라북도 익산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열린 ‘부사관 23-5기 임관식’에서 신임 부사관들 정모를 하늘로 던지며 자축하고 있다. 사진 제공=육군




“같은 초급간부인 장교에게는 비과세 혜택을 주고 부사관은 과세를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논리입니까. 부족한 초급간부 지원을 독려하려는 똑같은 목적의 장려금인데 국방부가 왜 이런 형편성 논란을 자초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부사관으로 임용된 육군 하사 김씨가 기자와 만나 자리에서 털어놓은 토로다.

사연인 즉, 김 하사는 임용된 후 2개월 쯤 단기복무부사관 장려수당을 지급 받았다. 그러나 봉급명세서를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고 한다. 소득세로 200만 원이 넘게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김 하사의 실제 수령하는 평균 월급은 200만 원이 넘지 않는 상황을 고려하면 월급보다 많은 돈을 세금으로 떼인 것이다.

당혹스러웠던 김 하사는 어떻게 된 것인지 그 이유를 알아본 후에 더욱 놀랐다. 많은 세금을 낸 배경은 전 달에 지급 받은 단기복무부사관 장려수당에 대한 소득세를 낸 탓이다. 김 하사가 받은 장려수당 1000만 원에 대해 240여 만원이 세금으로 빠져나갔다. 정부는 지원률 하락에 따른 초급간부 지원 독려와 사기 진작을 위해 단기복무부사관의 장려수당을 지난해 750만 원에서 올해 1000만 원으로 증액했다.

김 하사는 “장려수당으로 지급된 총액에서 세금을 떼간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는데 봉급명세서를 받아 보고는 속은 것 같았다”며 “병장 월급은 200만 원으로 늘어나지만 세금을 떼지도 않으면서 왜 부사관은 세금을 내야 하는 거냐 사기 진작은 커녕 기분만 더 나쁘나”고 했다.

부사관, 장려수당 세금만 240만원 떼여


현재 우리 군은 초급간부 수급에 문제를 겪고 있다. 최근 5년간 부사관 후보생의 경쟁률은 2018년 4.5대1에서 2022년 3.2대1로 내려갔다. 학사사관후보생 역시 경쟁률이 2018년 4대1에서 2022년 2.6대1로, 학군사관후보생도 3.3대1에서 2.4대1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경쟁률의 하락은 병역자원의 감소와 더불어 임금 불균형과 긴 복무기간 탓에 초급간부로 임관하는 장점이 사라진 탓이다.

이 때문에 부사관 선발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연속 모집 인원에 미달했다. 지난해 육·해·공군은 부사관 1만1107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충원 인원은 9211명(82.9%)에 불과했다. 3군 중 육군이 부사관 충원율이 77.1%로 가장 낮았다. 초급장교 역시 부족 사태로 학군장교(ROTC)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추가 모집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군의 전투력 근간인 초급간부 모집 독려를 위해 고민 끝에 수당 인상이라는 카드를 내놓았다. 단기복무 장교 및 부사관에게 지급하던 단기복무장려금과 장려수당을 2024년에 각각 33.3% 인상하기로 했다. 군 안팎으로 효과적인 정책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우호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같은 국방부의 정책은 잘못된 설계로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사관에게 지급되는 단기복무장려수당은 과세가 되지만, 장교에게 지급하는 단기복무장려금은 세금을 떼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서다. 부사관에게 지급되는 단기복무장려수당은 임관 후 지급된다는 이유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받은 일종의 수당인 근로소득으로 분류돼 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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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 전라북도 익산 소재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열린 ‘부사관 23-5기 임관식’에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신임 부사관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육군지난 3월 29일 전라북도 익산 소재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열린 ‘부사관 23-5기 임관식’에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신임 부사관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육군


이에 반해 장교에게 지급하는 단기복무장려금은 임관 전에 지급되는 보상 차원으로 과세 대상이 아니다. 비슷한 성격의 단기복무장려금을 받는 학군장교나 학사장교는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지급 시점 당시 임관의 여부 때문이다.

장교는 임관 전 후보생 신분으로 단기복무장려금을 받는다. 따라서 임관 후 직장에서 수당 형태로 받는 부사관과 달리 장교후보생은 장교로의 의무복무 이행 장려를 위한 보전(보상)금으로 지급되기 덕분에 세금이 원천징수 되지 않아 온전하게 1200만 원이 통장에 지급된다.

정부가 초급간부 확보를 위해 지급한다는 똑같은 목적인데, 장교에게 주는 1200만 원의 장려금은 비과세로 모두 지급하지만, 부사관에게 지급하는 1000만 원의 장려수당에는 2000만 원이 넘는 세금을 부과해 월급 보다 많은 세금을 떼가고 있는 형국이다. 국방부가 잘못된 정책 설계로 부사관의 경우 지원금에 과도한 세금이 매겨지면서 실제 정책 의도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퇴색되면서 부사관의 사기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군장교와 학사장교 모집 홍보물에는 1200만 원을 준다는 장려금을 부각하며 장교후보생 모집이 활용하고 있다. 임관 전 후보생으로 선발 직후에 1200만 원을 지급하기에 세금을 전혀 떼가지 않아 지금까지 큰 논란이 없었다. 부사관의 경우는 다르다. 똑같은 모집 홍보물에는1000만 원을 준다고 홍보한다. 문제는 장려수당이 2022년 500만 원에서 2023년 750만 원, 2024년 1000만 원으로 높아지는 만큼 과세되는 금액도 커지면서, 올해는 월급 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상황이 터져 논란이 되고 있다.

장교, 장려금은 ‘비과세’로 형평성 논란


신임 부사관들의 경우 자신의 단기복무장려수당에서 세금을 떼는지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장려수당에서 200만 원 넘게 세금으로 냈다는 해군 하사 이씨 역시 “세금을 안 뗀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월급명세서를 보고 배신감이 들었다”며 “국방부가 세제 당국과 협력을 얻어내지 못한 탓에 장교들에겐 비과세가 적용되고 애꿎은 부사관들만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속상해 했다.

올해 초 부영그룹에서 지급했던 장려수당에 대한 논란을 국방부가 반면교사를 삼았어야 하는데 지적이 나온다. 부영그룹은 저출산 극복을 위해 자녀를 낳은 직원들에게 1억 원을 지급하려고 했지만, 소득세가 4000만 원 가까이 빠져나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과세 당국이 저출산 정책에 동참하려는 기업을 발목을 잡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출산 2년 안에 기업이 준 출산지원금을 전액 비과세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과세 당국에 단기복무부사관의 장려수당에 대한 비과세 적용 여부를 확인했다. 한 과세 당국 관계자는 “현행 공무원보수법이나 공무원수당등에관한규정에서 부사관의 장려수당에 대해 비과세 적용은 불가능하다”며 “예외 상황을 두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국방부가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국방부는 장교와 부사관에게 지급하는 장려금과 장려수당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지 않도록 과세 당국과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장교는 비과세를 부사관은 세금을 떼가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을 인지하고 있다”며 “두 규정은 안정적 병력 충원을 위한 목표로 하는 만큼 논란이 일지 않도록 빠르게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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