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규제 장벽을 피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아예 해외에서 창업하는 스타트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벤처 투자 정보 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해외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은 2020년 120개에서 지난해 148개로 20% 증가했다. 스타트업들이 해외에 본사를 세우는 이유는 기술과 기업의 가치를 높게 인정받을 수 있는 데다 자금 조달이나 기업 네트워킹, 고급 인재 유치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들을 옥죄는 온갖 규제 사슬에 갇힌 국내와 달리 사업 환경이 자유롭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우리나라는 블록체인,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산업 분야의 진입 장벽이 많은 데다 경직된 고용 규제들이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사업 방향을 바꾸는 일이 잦은 스타트업에는 큰 걸림돌이다. 오죽하면 “다음에 창업하게 되면 절대 한국에서 하지 않겠다”는 국내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의 푸념이 나오겠는가. 게다가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일도 쉽지 않다. 기업가치 평가액의 20%가 넘는 양도소득세 부담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세금 부담 탓에 글로벌 성장의 기회를 앞에 두고 주저앉는 기업들이 속출한다. 시장 진입부터 기업 성장, 글로벌화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규제에 발목이 잡힌다. 이러니 우리나라에서는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 이상의 스타트업인 ‘유니콘’ 기업이 좀처럼 나오기 어렵다.
지난해 한국경제인협회는 2019년 말부터 2023년 5월까지 세계 유니콘 기업이 449개에서 1209개로 2.7배 늘어나는 동안 한국의 유니콘 기업은 10개에서 14개로 1.4배 증가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세계 유니콘 기업가치에서 한국의 비중은 같은 기간 2.1%에서 0.8%로 줄어들었다. 미래 신성장 동력을 점화하고 경제를 재도약시키려면 도전적인 창업이 잇따르고 스타트업이 성장을 거듭해 유니콘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우선 규제 혁파와 조세 경감 등 전방위 지원으로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그래야 스타트업이 혁신 역량을 갖추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