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포토레지스트 생산기업인 일본 도쿄오카공업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포승지구에 2공장 건설을 위해 4700만 달러(650억원)를 투자했다. 포토레지스트는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그릴 때 사용되는 반도체 핵심소재다. 도쿄오카공업이 시장의 26%를 장악하고 있다.
타네이치 노리아키 대표이사는 "이번 투자는 한국 정부의 외국인 투자기업 지원제도에 힘입어 성사됐다"며 "이번 투자를 계기로 양국간 반도체 핵심 소재 분야 협력이 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수 년 전부터 정부와 코트라 등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이어져온 글로벌 기업의 한국 투자 활동이 지난해부터 구체적인 투자 결실을 맺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액(FDI)은 327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304억 5000만 달러)보다 7.4% 늘었다. 3년 연속 증가세다.
FDI는 통상적으로 외투기업의 투자 환경을 보여주는 척도다. 외투기업 투자 유치는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 시행을 계기로 글로벌 기업들을 자국으로 유치하는 경쟁이 펼쳐지면서 우리 정부도 보조금 확대, 세제 지원, 행정 애로 사항 청취 등 다각적인 외투기업 유치 활동을 펴왔다.
개방화된 한국 경제엔 외투기업의 투자가 수출과 고용 등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코트라가 외투기업의 국가경제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연간 수출액(6836억 달러) 가운데 외투기업(1416억 달러)의 비중은 20.7%에 달한다. 해외에 수출하는 제품 10개 중 2개가 외투기업이 만든 것이란 얘기다. 전체 기업의 매출에서 외투기업(554조 8000억 원)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9%, 고용(82만 6000명)은 5.5%를 담당했다. 도쿄오카공업도 포승지구 투자로 국내에서만 70명의 고용을 추가로 창출했다.
외투기업의 투자는 제조업과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져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올해 1분기 FDI를 살펴보면 비수도권으로 유입된 투자는 22억 5000만 달러(3조 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9%나 증가했다. 제조업 투자는 30억 8000만 달러로 99.2% 늘었다.
이런 흐름은 코트라가 지난해 11월 6일부터 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한 ‘인베스트 코리아 서밋(IKS)’에서도 이미 나타났다. 정부와 지자체, 외투기업 54개사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 118개사가 참여한 이 행사에서는 미래차와 반도체,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총 9억 4000만 달러의 투자 신고식이 체결됐다.
태국 비그림의 신재생에너지 전문 계열사인 비그림파워는 지난해 한국 풍력발전 시장에 5억 달러(약 6500억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3억 달러는 전북과 전남 해상 일대에 발전기를 설치하는 해상 풍력 산업단지 개발에, 2억 달러는 ‘기어리스 터빈’ 공장을 새로 짓는데 투입됐다. 파타나찬 대표는 “한국은 첨단 기술 인프라와 인재풀이 풍부해 공장 완공시 향후 200여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에도 외투기업을 대상으로 한국 투자에 대한 매력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갈 계획이다. 오는 11월 6일부터 사흘 간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서울에서 열리는 ‘IKS 2024'엔 외투기업 100개사 및 글로벌 투자자, 벤처투자(VC) 등 총 300개 이상의 기업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민관을 통틀어 외투기업을 상대로 한 투자 유치 행사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투자 신고 목표는 전년 9억 4000만 달러보다 2배 늘어난 2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지역 산업단지 시찰을 연계하는 프로그램도 재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