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

회사채·대출 막힌 건설사…"카드대금·임차보증금 담보로 자금 조달"

부실 PF 정리 앞두고 우려 커져

전통 루트 막히자 대체수단 동원

카드대금·임차보증금 담보 조달

CB 발행해 사업비 등 확보하기도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연합뉴스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연합뉴스




부동산 경기 악화에 중대형 건설사들이 자산유동화증권 발행 등을 통한 전방위 현금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건설업 위기설’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면서 전통적인 자금 조달 루트였던 금융권 대출과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이에 카드 대금, 임차 보증금 등을 담보로 한 유동화 증권 발행에 사활을 걸고 있다.



23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이달 9일 특수목적법인(SPC) ‘컬티베이션제십차’를 통해 2700억 원을 조달했다. 사업비 등으로 이용한 카드 대금을 유동화한 것으로 현대건설은 매달 이자만 지급하다가 만기일인 7월 9일 대금을 상환하면 된다. 롯데건설도 11일 같은 구조의 카드 대금을 활용한 유동화 증권 800억 원어치를 발행했다.

이 같은 방식은 대금 결제 기일을 미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회계상 차입금이 아닌 미지급금으로 산정돼 부채비율 등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3~9개월간 자금을 빌려 쓸 수 있고 기업 신용도 평가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재무 지표가 악화할 우려도 없는 셈이다.



임차 보증금이나 공사비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 사례도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8일 SPC ‘마이스위트홈제일차’를 통해 7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회사가 181건의 임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임대인에게 지급한 보증금 706억 2700만 원이 담보다. 임차 계약이 끝나 보증금을 돌려받으면 이를 다시 유동화 증권 상환 재원으로 사용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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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대우건설은 공사 대금 매출 채권을 활용해 1000억 원을 확보했다. 신한은행 주관으로 SPC ‘에스프로젝트더블유’를 설립하고 공사 대금 매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500억 원어치의 자산유동화대출(ABL)과 500억 원 규모의 유동화 증권을 발행하는 구조다. 한 증권사의 기업 자금 조달 관계자는 “대부분 금융사가 유동화 증권에 신용공여를 하기 때문에 신용도가 최소 A급 이상이거나 지주사가 있는 우량 기업만 가능한 방법”이라며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나 롯데건설 정도만 겨우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 상장한 건설사들은 신주를 발행해 필요한 운영자금을 확보하기도 한다. 부동산 개발 사업과 임대업 등을 하는 LS아이앤디는 이달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92만 8493주를 신주 발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번 증자를 통해 약 3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고 타 법인 출자 및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삼부토건도 6월 299억 원어치의 CB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시공권 확보를 위한 시행사 대여금과 공사비 지급 등에 사용할 자금이다.

건설사들이 잇따라 자금 조달 통로를 넓히고 있는 것은 시장에서 현금을 확보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건설사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되자 금융권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등이 어려워지는 추세다. 특히 금융 당국이 부실 PF 사업장 정리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개발 사업에 투자했던 금융권들이 자금 회수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건설사들이 많은 PF 사업장에 보증을 서온 만큼 향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도 제기된다.

채권 발행 여건이 악화되자 GS건설과 대우건설은 이달 만기가 돌아온 2000억 원, 139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총선이 겹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도 있어 보유 현금으로 일단 갚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한양(950억 원), 현대건설(800억 원), HL디앤아이한라(560억 원), SK에코플랜트(500억 원) 등이 올 상반기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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