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中에 발목 잡힌 삼성 '차세대 AI 반도체'…美 "RISC-V 잠재적 위험 검토"

■美정부, RISC-V 위험성 검토

설계도 공개된 오픈소스 CPU 개발

美빅테크 퀄컴·인텔·구글 외에도

알리바바·화웨이·텐센트 등 참여

중국 '반도체 굴기'에 활용 우려

美상무부 "기업 피해 없도록 조치"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본사 전경. AP연합뉴스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본사 전경. AP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미래 시스템 반도체 설계자산(IP)으로 낙점한 ‘RISC-V’ 표준에 미국 정부가 어깃장을 놓고 있다. ARM·x86 등 기존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설계도가 공개된 ‘오픈소스’인 RISC-V가 중국 반도체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이 RISC-V의 ‘잠재적 위험도’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설계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 4월 19일자 1·5면 참조



2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미 상무부가 중국의 RISC-V 기술 관여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미 상하원 의원 18명이 “중국이 RISC-V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미국 안보를 희생시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한 공식 답변이다.

미 상무부는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 형식을 통해 “당국은 ‘잠재적인 위험’을 검토하고 있으며 우려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조치를 평가하고 있다”며 “RISC-V를 연구하는 미국 기업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 깊게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정부가 중국의 RISC-V 연구를 잠재적 위험으로 판단하고는 있지만 미국 기업들도 RISC-V 개발에 다수 참여 중인 만큼 ‘손익’을 철저하게 따져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RISC-V 프로젝트에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각국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퀄컴(회장사)·인텔·엔비디아·구글 등 미국 빅테크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부회장사 중 한 곳은 중국 알리바바다. 또 화웨이와 텐센트·ZTE 등 중국 기업들이 ‘프리미엄 회원’ 명단에 올라 있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전략 회원’이다. 회원사 면면만 봐도 중국 기업들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RISC-V가 오픈소스 프로젝트라는 태생적 기반에서 나온 당연한 결과로 보고 있다. RISC-V는 ARM의 명령어집합구조(ISA) 제품군과 유사한 축소명령집합컴퓨터(RISC) 방식의 IP다. 모바일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암(ARM)에서 독립하겠다는 목적에서 시작됐다. 설계도가 개방된 만큼 RISC-V 기반 IP는 ARM에 라이선스료를 낼 필요가 없다. 반도체 설계 후발 주자인 중국 기업들이 ‘기술 독립’을 꿈꾸며 RISC-V 연구에 몰두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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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연합뉴스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연합뉴스


중국은 RISC-V를 통한 ‘반도체 굴기’ 실현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중국에 본사가 있는 RISC-V 회원사는 총 69개에 달한다. 반도체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87개), 미국(77개)과 대등한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전문가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이 RISC-V의 개방성을 활용해 반도체를 개발하는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RISC-V에 주목하는 배경도 중국 기업들과 비슷하다. 엑시노스 등 모바일 CPU에서 ARM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포석이 깔렸다. 여기에다 전력 소모가 낮은 RISC CPU가 인공지능(AI) 연산에 쓰이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차세대 AI 가속기 개발에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어드밴스드프로세서랩(APL)을 조직하고 RISC-V 관련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미 정부가 공식적으로 중국의 RISC-V 기술 관여를 문제 삼으면서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설계 전략이 시작부터 암초를 만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 정부 압박에 인텔·구글 등 빅테크들이 RISC-V 개발에서 손을 뗀다면 설계 역량이 뒤처지는 중국·한국 기업들만으로는 ARM에 필적하는 CPU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더 나아가 미국의 대중 RISC-V IP 제재는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삼성 파운드리가 글로벌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시장이다. 삼성전자의 최대 파운드리 고객사 중 한 곳이 중국 바이두다. 삼성전자는 평택 파운드리 라인에서 바이두 서버용 칩을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으로 시험 생산하고 있다. 바이두는 중구의 RISC-V 회사 스타파이브에도 투자했다. 삼성전자의 첫 3㎚ 고객사도 중국 비트코인 채굴용 반도체 제작사였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대중 RISC-V 제재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외신은 RISC-V가 미중 패권 전쟁의 또 다른 전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로이터는 “알리바바 등 중국 주요 기술 기업에서 사용되고 있는 RISC-V가 미국과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을 둘러싼 전략 경쟁의 새 전선이 됐다”고 짚었다.


실리콘밸리=윤민혁 특파원·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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