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정부 때 국무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노재봉 전 총리가 별세했다. 향년 88세.
24일 노 전 총리의 지인 등에 따르면 고인은 전날 오후 10시 10분께 서울성모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노 전 총리는 1년 전부터 혈액암과 투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총리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국제정치학자다. 미국 암스트롱주립대 조교수를 거쳐 서울대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1987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노태우 민정당 대표의 자문역을 맡으며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인 ‘6·29 선언’ 작성에 관여했다.
1988년에는 “광주 사태는 김대중 씨의 외곽을 때리는 노련한 정치 기술 때문에 발생했다”는 발언이 논란이 돼 잠시 대학 강단을 떠나기도 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대통령 정치담당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돼 노 대통령을 보좌하기 시작했고 1990년 대통령 비서실장에 올랐다. 당시 소련 등 공산권 국가들과 잇달아 수교하는 ‘북방 정책’에 깊이 관여하기도 했다.
1991년에는 22대 총리에 취임했으나 명지대 학생 강경대 씨가 시위 진압 중 폭행으로 목숨을 잃으면서 4개월 만인 같은 해 5월 사의를 표하고 물러났다. 이후 14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민주자유당에서 당무위원과 고문으로 활동했다. 명지대 교양교수와 서울디지털대 총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고인은 은퇴 이후에도 제자 그룹 및 시민사회 활동가와 함께 공부 모임을 주도하며 보수 원로로 활동했다. 2015년 ‘정치학적 대화’, 2018년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 등의 저서를 남겼다.
고인은 2021년 10월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읽으며 여러 차례 ‘각하’라고 부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지연월(88) 씨와 딸 모라(62) 씨, 아들 진(57)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27일 오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