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의 집무실에 들어가면 ‘즉각 조치’라는 네 글자가 벽에 크게 적혀져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송 대표는 “재단 운영은 문화 콘텐츠와 행정·경영의 두 부분으로 이원화돼 있다”며 “문화 사업은 속단할 수 없지만 결재·민원 등의 행정은 신속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업무 방침을 밝혔다. 실제로 그는 부임 후 문화 정책 부서를 만들어 행정의 신속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재단 최초로 대표이사를 연임한 인물이다. 정치적 지형도에 따라 재단 대표가 바뀌고는 했지만 송 대표는 그 능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송 대표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이지만 그의 열정을 보면 임기가 짧아 보일 정도다.
4년간 대표직을 수행한 송 대표는 공공재단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며 생기는 아쉬움을 가감 없이 말했다. 그는 “장기적 로드맵을 세우기 어려운 것을 넘어서 1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공공재단의 특성상 예산안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프로그램 구성이나 연주자 섭외를 미리 하기가 어렵다. 특히 예산도 1년 단위로 나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송 대표는 “미래 사업 구상을 발표하면 구청이나 구의회로부터 심하게 질책받기도 한다”며 “궁여지책으로 절충된 프로젝트를 미리 만들어 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들은 호수 위에서 우아하게 날갯짓하는 백조만 보지만 그 밑에서 요란하게 갈퀴질을 하고 있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행정적 모순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대가 관광지구로 선정되며 주말 라이브 카페에서 공연하는 뮤지션들이 쫓겨나기도 했는데 정말 난센스하다”며 “이런 것들을 해소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지원 사업 예산의 4분의 3 이상이 회의비와 인건비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며 “지원은 객체가 아닌 행위에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티스트들을 규제하려 하지 말고 그들의 창의성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는 기본적으로 진보하는 것”이라는 송 대표는 “정책을 입안하는 리더들이 앞서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것은 콘텐츠라는 점에서 문화 정책 관련 분야는 국가 예산을 긴급하게 투입해야 할 곳”이라고 강조했다. 마포문화재단이 구로부터 지원받는 1년 예산은 57억 원 수준이고 자체 수익을 합치면 130억 원 정도다. 그는 “56%의 예산 자급률을 보여주는 곳은 저희뿐”이라며 “다수의 자체 기획 공연과 소수의 대관으로 이뤄낸 성과라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그는 “오페라도 제작해보고 싶다”며 “올해 송년음악회도 어떤 것을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