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를 앞두고 출마 의사를 내비친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들이 경쟁적으로 ‘국회의장의 중립’ 원칙을 부정하고 있다. 6선인 추미애 당선인은 24일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 시절 옳은 방향으로 갈 듯 폼은 다 재다가 갑자기 기어를 중립으로 넣어버리고 멈춰버려 죽도 밥도 아닌,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는 우를 범한 전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2022년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할 때 박병석 의장이 중재에 나선 것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검찰 개혁, 언론 개혁을 해내겠다고 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5선 정성호 의원도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차기 의장이) 민주당 출신으로서 민주당의 다음 선거 승리에 대해 보이지 않게 (바닥을) 깔아줘야 될 것”이라고 했다. 6선인 조정식 의원도 “총선 민의를 받드는 국회가 돼야 한다”며 민주당과 호흡을 맞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22대 국회의장을 배출하게 되는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 내에서 유례없는 ‘당 노선 추종’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누가 의장이 되더라도 여야 대치 과정에서 의장이 중립을 지켜왔던 관례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 사람 모두 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핵심인 법제사법위원장·운영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명계 의원들이 “이 대표가 대표직을 연임해야 한다”며 ‘명심(明心·이재명 대표 뜻)’ 경쟁을 벌이는 것도 가관이다.
국회의장은 국민의 뜻이 국회 내에서 공정하게 대변되고 처리돼 의회민주주의가 발전하도록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진 자리다. 의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되면 여야 대립 증폭으로 국회 활동이 마비돼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다. 우리 국회법이 20조 2항에서 국회의장에 당선된 다음 날부터 당적을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한 이유다. 의장 후보로 나서려는 이들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잘 보이고 ‘명심’ 눈치를 보기 위해 의장의 중립 원칙을 흔드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거대 야당이 편향적인 국회의장을 내세워 입법 폭주를 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