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전쟁 중 학살'…아들 품에 74년 만에 돌아온 아버지 유해

진실화해위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신원 확인

충남 아산·대전 골령골서 발굴된 유해 2구

진실화해위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할 것"

충남 아산 배방급 공수리 유해발굴 현장에서 신원이 확인된 故 하수홍 씨의 유해 모습. 사진 제공=진실화해워원회충남 아산 배방급 공수리 유해발굴 현장에서 신원이 확인된 故 하수홍 씨의 유해 모습. 사진 제공=진실화해워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한국전쟁 시기 학살당한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에 대해 유해 2구에 대한 신원을 확인했다. 민간인 희생자 유해의 신원 확인은 민간인 희생자 유해를 발굴한 1·2기 진실화해위원회 활동 이래 처음이다.



25일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발굴 유해·유가족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 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진실화해위는 신원 미확인 민간인 희생자 유해 4000여 구 중 501구에 대해 검사를 진행했다. 유해와 대조한 유가족은 119명이다.

조사 결과 유해 2구가 유해발굴 정황과 육안 분석, 유전자 검사 결과가 모두 일치했다. 두 유해는 사망 당시 자세가 앞으로 고꾸라져 손이 등쪽으로 꺾인 채 각각 충남 아산 배방읍 공수리(성재산 방공호)와 대전 골령골에서 발굴됐다.

이 중 아산 지역에서 발굴된 유해는 1950년 전후 희생당한 故 하수홍(사망 당시 44세) 씨로 밝혀졌다. 1950년 9·28 서울 수복 시기부터 1951년 1·4 후퇴 시기 사이 온양경찰서 소속 경찰·치안대는 인민군을 도왔다는 혐의로 배방산 방공호·배방면 수철리 폐금광 일대 등에서 민간인을 집단살해했다. 진실화해위가 확인한 희생자는 77명 이상으로, 최소 8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 씨의 아들(93)이 지난해 11월 8일 DNA 시료 채취를 진행한 후 지난달 말 유해와 유가족의 99.99% 부자 관계가 일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하씨는 74년 만에 아들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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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시기 '대전형무소 집단희생 사건'과 관련해 신원이 확인된 대전 산내 골령골의 유해 발굴 현장. 사진 제공=진실화해위한국전쟁 시기 '대전형무소 집단희생 사건'과 관련해 신원이 확인된 대전 산내 골령골의 유해 발굴 현장. 사진 제공=진실화해위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꼽히는 대전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는 故 길 모(사망 당시 23세) 씨로 밝혀졌다. 당시 1950년 6~7월 ­ 충남지구 CIC(­육군 정보국 소속 방첩대)와 ­제2사단 헌병대, ­대전 지역 경찰 등에 의해 1800명 이상의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보도연맹원이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1월 길 씨의 아들(74)에게 DNA 시료를 채취한 후 99.99% 부자 관계가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신원이 확인된 유해 2구와 관련된 사건은 현재 2기 진실화해위에서 각각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진실화해위는 올해에도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희생자 유해와 유가족 유전자 검사 용역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본적인 유전자 검사 방법인 미토콘드리아 DNA(mt-DNA) 검사·부계 유전자(Y-STR) 검사·상염색체 유전자 검사(Autosomal-STR)와 유해발굴 정황, 인골에서 확보한 단서를 토대로 신원확인을 진행한다. 또 유해·유가족의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진실화해위 종료 후에도 지속적인 신원확인을 추진한다.

김광동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신원확인 작업을 보다 확대하고 더 많은 유가족들의 오랜 염원을 풀어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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