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 와중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연율 1.6%로 지난해 4분기(3.4%)의 반 토막에도 못 미쳤다. 반면 1분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3.7% 올라 지난해 4분기 상승률(2.0%)을 크게 웃돌았다.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지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장 중요시하는 물가 지표다. 전문가들은 물가 안정 속 경제가 성장했던 미국의 ‘골디락스’ 시대가 끝났다고 진단하면서 경착륙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불안한 중동 정세에 따라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중동 분쟁이 확산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에너지 쇼크’를 촉발하고 고금리를 내년까지 지속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경기 위축과 고물가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대형 악재다. 가뜩이나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 때문에 체감 경기가 위축되고 가계·기업의 부실화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연준발(發) 고금리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금융 시스템 불안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월 은행 연체율이 0.51%로 4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을 정도로 금융권이 안고 있는 부채 부실화 부담이 큰 데다 111조 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 됐다. 게다가 1분기에 우리나라 수출 비중의 18.9%를 차지한 최대 수출국 미국의 경기 침체는 반도체 호황 덕에 간신히 되살아난 우리의 수출 경기를 다시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대외 불확실성을 극복하려면 우리 경제의 체력을 키우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경제 안전벨트’를 단단히 좨야 한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 가능성을 상정해 가계·기업 부실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초격차 기술력 확보와 시장·품목 다변화로 수출 길을 확장하는 것도 필수다.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 파고에도 우리 경제가 휩쓸리지 않도록 미리 방파제를 튼튼하게 쌓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