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벌어지는 의정 갈등 속에 임현택 차기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이 28일 다시금 ‘증원 백지화’ 없이 어떤 협상도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의료계는 주요 대형 병원 소속 의대교수들이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둔 상황에서 30일부터 주1회 휴진을 예고하는 등 강공을 계속하고 있어, 갈등의 탈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임 당선인은 28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의협 제76차 정기대의원총회에 참석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2000명 의대 증원 발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백지화한 다음에야 의료계는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고서는 의료계는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의료가 곤두박질치고 있는데도 정부는 진정한 자세를 취하기는커녕 의료개혁이라며 의대 정원 증원 2000명을 고수하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강행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의료망국의 길로 내달리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오로지 정부의 일방적인 권력 남용으로 촉발된 ‘의료 농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당선인은 “한창 학업에 열중해야 할 의대생들이 이성을 잃은 정부정책에 분노하며 학교를 떠나 있고, 하루 종일 환자를 보살펴온 전공의들이 적폐세력으로 몰렸다”며 “의료를 이끌고 나가야 할 젊은 의사들이 끝 모를 방황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태의 심각한 여건을 깨닫는다면 하루빨리 국민과 의료계에 사과하라”고 주장했고, 의협 회원들은 객석 곳곳에서 “옳소” 하고 외쳤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날 대의원총회로 사실상 활동을 마무리함에 따라 실질적으로 활동을 개시하게 될 임 당선인은 의료계 대표적 ‘강경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 대해서도 도리어 현재보다 500~1000명은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해 항의하다 경호처 직원들에게 입을 틀어막힌 채 끌려나가며 유명세를 탔다.
이런 탓에 임 당선인 취임 후 의협이 대정부 강경투쟁을 더 강하게 끌고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가 최근 의대교수들의 휴진 등 결의에 대해 관계법령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자, “복지부가 의대교수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의협 인수위는 전날 “정부가 교수님들께 동네 양아치 건달이나 할 저질 협박을 다시 입에 담을 경우 발언자와 정부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당선인은 소셜미디어에 “만약 정부가 의대생들 털끝이라도 건드린다면 남은 건 오로지 파국뿐”이라고 적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