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시장을 찾아 중국에 진출했던 한국 유통기업들이 잇따라 철수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조성하다 중단한 복합단지를 선양시 자회사에 매각한 데 이어 다이소도 중국 사업을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에다 팬데믹 이후 경기 둔화 등 다양한 요인이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다이소는 중국 현지에서 진행하던 ‘하스코’ 사업을 지난해 완전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다이소에서 하스코 사업을 담당하는 중국 법인 한웰국제무역유한회사가 폐업하면서 현지 사업도 정리된 것이다. 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2011년 시작된 하스코는 한때 중국 현지 매장이 200개가 넘을 정도로 성행했다. 숍인숍 중심으로 베이징과 상하이는 물론 텐진 등에도 매장이 있었는데 약 3만가지의 생활용품을 균일가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식이 한국 다이소와 동일했다.
다이소가 중국 사업을 접은 것은 현지 경기 둔화 탓으로 분석된다. 한웰국제무역유한회사의 하스코 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연간 매출액 237억 원, 당기순이익 1억 원을 거둔 바 있다. 사업 초기 지점 확장을 위해 순익이 나기 힘든 유통업의 현실을 고려하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준수한 실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2021년 매출액 195억 원, 영업손실 12억 원으로 적자가 발생하자 사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에도 진출해 있는 테무의 모기업 핀둬둬가 팬데믹 기간 당시 중국 현지에서 비대면을 무기로 저가 생필품 시장을 휩쓸자 상품군이 겹치는 다이소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유통기업 중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곳은 다이소 뿐만이 아니다. 국내 유통사 중 중국에 가장 많이 투자했던 롯데그룹은 최근 랴오닝성 선양의 ‘롯데타운 테마파크’ 프로젝트를 현지 법인에 저가로 매각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제 중국에 남은 롯데 사업장은 청두에 있는 롯데백화점 한 곳 뿐이지만 이 역시 매각을 추진 중이어서 곧 중국에서 완전 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롯데에 앞서 이마트가 중국 전역에 30여 개의 지점을 갖고 있었지만 사드 문제가 불거진 2017년 완전 철수했다. 당시에는 사드 탓에 한국 업체들을 노골적으로 규제하는 중국 당국의 횡포가 문제였지만 최근에는 중국의 경기 둔화가 한국 업체들의 자발적인 사업 포기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다이소가 중국에서 철수한 시기와 맞물려 테무는 한국 시장 침투를 가속화하고 있어 국내 유통사들의 대응이 중요한 상황이다. 다이소가 중국 사업을 포기한 요인 중 하나였던 핀둬둬가 현재는 다른 이름(테무)으로 한국 시장에 거꾸로 진출한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공습에도 다이소는 지난해 매출액 3조 4604억 원, 영업이익 2617억 원을 기록해 순항했다. 하지만 올해가 중국 e커머스의 공습이 본격화된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이소 관계자는 “대외 환경이 어렵지만 회사의 사업 역량을 집중해 균일가 생활용품 판매업의 기본에 충실한 경영전략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