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못 말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한국인은 1주일에 평균 1.7회 라면을 먹는 것으로 조사됐고 시장 규모는 2조 원에 달한다. 라면 사랑만큼은 세계 최정상급이다. 라면 맛은 언제 즐겨도 으뜸이지만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운 겨울 야외에서 맛본 라면이 단연 최고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라산에서 ‘컵라면 먹기 인증샷’이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했고, 이후 버려지는 라면 국물로 인해 공원관리사무소에서는 ‘컵라면 국물 남기지 않기 캠페인’을 벌일 지경에 이르렀다. 혹자는 ‘라면 국물이 뭐 대수인가’라며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우리의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컵라면 하나에 들어 있는 평균 나트륨양은 1500㎎이다. 성인 일일 나트륨 섭취량(2000㎎)에 달하는 라면 국물을 버린다면 토양 오염은 물론 그곳에 살고 있는 동식물과 미생물들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또 버려진 컵라면 용기는 야외에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에 남고 특히 플라스틱 용기는 자연 분해되기까지 수백 년이 걸린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우선 산행 중에 음식을 즐긴다면 환경을 생각해 쓰레기를 다시 가져가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고 남은 컵라면 국물 등은 뜨거운 물을 담아온 보온 용기나 비닐봉지에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에 앞서 가급적 배낭에는 김밥이나 초코바처럼 산행 중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행동식만을 준비해 애초에 발생하는 쓰레기양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단은 2010년부터 자기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 그린포인트, 배낭 무게 줄이기 캠페인 등 올바른 탐방 문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활동을 펼쳐왔다. 그동안의 노력에 국민들의 환경 인식 변화까지 더해져 국립공원에서 지난해 배출된 폐기물량은 약 900톤 수준이다. 이는 과거 1990년 약 2만 3000톤이 배출된 것과 비교하면 96%나 감소한 수치다.
이제 국립공원을 찾는 대다수 국민에게는 산에서 취사하지 않고 쓰레기를 챙겨가며 정해진 탐방로만 이용하는 것이 기본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라면 국물쯤은…” 같은 생각으로 여전히 습관적으로 버리는 사람이 있다. 앞으로는 이런 행동 또한 하면 안 되는 것이 기본 상식이 돼야 한다.
산행 등 야외 활동이 많은 따뜻한 봄이 찾아왔고 이와 함께 라면 소비도 늘 것이다. 무엇을 사랑한다는 것은 ‘가치 있는 사물이나 대상을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을 뜻한다. 우리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자연환경을 아끼고 모두 함께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는 라면 국물을 버리지 않는 올바른 탐방 문화에 동참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