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稅공제액, 현금 지급안 부상…"기업 붙들 파격 보조금 내놔야"[이슈&워치]

[한국만 뒤처지는 반도체 지원책]

공제율 낮고 최저한세에 효과 적어

세액공제 중심의 투자지원책 한계

美·日처럼 보조금 지급 병행 필요

인허가 완화 등 규제도 확 풀어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서울경제DB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서울경제DB






산업통상자원부와 SK하이닉스는 2020년 경기 용인의 반도체 클러스터에 쓸 물을 타 지역에서 끌어오는 것과 관련해 정부의 조 원 단위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관계 부처에 요구했다. 정부가 한국수자원공사에 출자를 해주면 수공이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용수망을 무상으로 건설해주는 형태다. 하지만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틀어졌다. 수혜자인 SK하이닉스가 대기업이라는 이유였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은 맞지 않다”며 “대기업에 현금을 주기 시작하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전부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글로벌 각국이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은 2020년 SK하이닉스 당시의 논의 수준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지난달 말 정부가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 회의를 통해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 전략산업 투자분에 대한 보조금 정책 추진 가능성을 시사하며 실무 논의에 들어갔지만 지원 방식을 두고 내부에서도 장고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9일 “반도체 투자 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고려하고 있지만 직접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대신 투자세액공제 등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업계의 직접 보조금 지급 요구에도 투자세액공제를 보완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투자세액공제에서 대기업 등의 공제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 내부에서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처럼 직접 환급 세액공제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방안도 언급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공제 세액을 현금으로 주는 직접 환급 방식이 법인세 감면보다 재투자 효과가 크다고 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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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세제 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투자세액공제 확대와 관련해 별도로 논의되는 내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올해 일몰 예정인 ‘K칩스법’을 연장하는 수준에서 반도체 지원이 그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정 건전성 문제가 걸리는 데다 대기업 지원에 비우호적인 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보조금 직접 지원에 부담이 커진 탓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야당의 압승으로 보조금을 직접 지원하기에는 더 까다로워진 상황”이라며 “반도체 투자 인센티브와 관련해 폭넓게 검토 중이지만 발표 시기 등은 특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현재 한국 정부의 반도체 육성책은 세제 지원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설비를 투자한 대기업에 15%, 중소기업에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연구개발(R&D) 지출에 대해서도 30~50%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해주고 있다. 별도의 보조금 지원은 없다.

시장에서는 세액공제 중심의 투자 지원 체계를 유지할 경우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액공제는 이익이 난 기업에만 지원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사용 세액공제분은 각각 6조 3393억 원(별도 기준)과 6259억 원이나 된다. 총 7조 원의 세액공제가 안 쓴 채 묶여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1조 5263억 원과 4조 672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법인세 최저한세 때문에 세액공제 확대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행 세법에서는 과세표준 1000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에는 17%의 최저한세를 적용한다.

주요국들은 세제 지원과 보조금 지급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도 주요 포인트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최대 25%의 세액공제와 보조금 지급을 병행하고 있다. 지원 예산만 해도 527억 달러(약 73조 원)에 달한다. 일본은 8조 원에 육박하는 재원을 들여 투자액의 최대 5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투자액의 20%를 지원하는 설비투자 세액공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세액공제 지원까지 합치면 연간 11조 원에 달하는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올해 R&D와 설비투자 등에 10조 4961억 원의 조세 지출을 집행할 계획이지만 이는 반도체뿐 아니라 바이오·2차전지 등 다른 첨단산업의 공제액까지 합친 액수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전 세계적인 반도체 지원 흐름에 맞춰 보조금 지급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SK하이닉스만 해도 메모리반도체 투자를 추가 검토하고 있는데 입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설령 세액공제를 확대한다고 해도 현재 대기업 기준 세액공제율이 15%인 한국이 미국(25%)과의 지원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다”며 “현금 지원책뿐 아니라 용수 처리나 인허가 완화 등 반도체 대기업들을 붙들 수 있는 파격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심우일 기자·세종=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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