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차기 원내대표 선거일을 5월 3일에서 9일로 전격 연기했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 ‘대세론’ 등 원내대표 경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후보들을 파악할 시간을 달라”는 초선 당선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당 원내대표 선출 선거관리위원회와 회의를 열고 선거일 변경을 의결했다. 이양수 선거관리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연기 배경에 대해 “4월 29일 당선인 총회에서 초선 당선인을 중심으로 ‘후보의 정견과 철학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이후 선관위에 당선인들의 개별적인 요청이 다수 있어 선거 연기를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후보 등록일은 기존 5월 1일에서 5일로, 선거운동 기간은 1~2일에서 5~9일로 늦춰졌다.
당 안팎에서는 경선 연기 배경에 차기 원내대표로 유력한 이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천 과정에 깊이 관여한 데다 총선 참패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 의원이 원내 사령탑에 오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당내 비판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위원장은 “(기자회견은) 이 의원에 대한 호불호 때문에 경선을 연기했다는 억측이 있을까 봐 마련한 것”이라며 “이 의원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되도록 시간을 늘렸다는 얘기도 사실과 빗나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의 원내대표 내정설까지 거론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재선에 오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실 것을 촉구한다”며 “더 이상 민심을 등지고 지탄받을 길을 일부러 골라가지 맙시다”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흠 충남지사도 이날 이 의원을 겨냥해 “자숙도 모자랄 판에 무슨 낯으로 원내대표설인가”라고 비판하며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 모습을 보자니 기가 막히고 화가 난다. 희망과 기대를 찾아볼 수 없는, 죽어가는 정당 같다”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