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中경쟁 수혜…멕시코, 글로벌 '제조업 허브' 부상

공급망 재편에 對美수출 1위로

골드만삭스 "中과 경쟁 앞설 것"

GM·포드 이어 테슬라·BYD 진출

대만기업도 적극 투자…페소화 강세

美 '中우회로 의심'에 거리두기도





조 바이든 행정부가 탈(脫)중국 공급망 구축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멕시코가 중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글로벌 제조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린 외국인 투자가 이어지면서 주요 도시마다 ‘제조업 붐’이 일어나고 멕시코 통화인 페소 가치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4월 30일(현지 시간) 미 상무부와 CNN 등에 따르면 테슬라와 폭스콘 등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에 잇따라 공장을 신설하면서 멕시코 경제가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 생산기지 이전)’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미국으로의 수출 역시 크게 증가해 지난해 미국 수입에서 멕시코가 차지하는 비중은 15.4%로 중국(13.9%)을 제치고 대미 수출국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골드만삭스의 남미 경제 연구 책임자인 알베르토 라모스는 “니어쇼어링이 계속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멕시코 제조업이 장기적인 성공의 기회를 갖게 됐다”면서 “멕시코와 중국은 수년간 미국 시장을 놓고 경쟁해왔으나 미중 관계 변화의 영향으로 멕시코가 이제 앞서 나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멕시코로 눈을 돌리는 것은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건비 부담이 낮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기반해 멕시코에 낮은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 수출의 교두보로서 멕시코가 최적의 입지로 꼽힌다. CNN은 “코로나 19 팬데믹 당시 공급망 혼란을 경험했거나 미중 갈등 사이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고 싶은 기업들에 멕시코는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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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동차 제조업 분야에서 멕시코의 성장이 눈부시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제조사들이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멕시코는 세계 5위 자동차 수출국으로 등극했다. 현재 멕시코에는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 등 12개 이상의 자동차 제조사 공장이 있으며 테슬라와 비야디(BYD) 등 전기차 업체들 역시 멕시코 공장 신설 계획을 밝혔다. CNN은 “사실상 모든 미국 자동차 제조사가 멕시코 부품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멕시코에서 만든 부품이 미국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멕시코로 향하는 것은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뿐만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제품 위탁 생산 업체인 폭스콘사를 비롯해 페가트론·위스트론·콴타·컴팔·인벤텍 등 대만 부품 전자 기업들이 멕시코 내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들의 고객사인 미국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최대한 본토에 가깝게 두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멕시코에 투자하기 위한 뭉칫돈이 몰리자 멕시코 통화인 페소화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페소화 가치는 현재 적정선으로 불리는 달러당 17페소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는데 이는 강달러의 영향으로 아시아 통화가치가 속절없이 떨어지는 현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미국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임금이 오르고 미국 내 멕시코 이민자들의 송금액이 커진 것도 페소화 강세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멕시코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가 수령한 해외 송금액은 633억 1300만 달러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멕시코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으나 미국이 ‘중국의 우회로’로 멕시코를 주목하고 있다는 점은 양국 관계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 기업이 미국 관세를 피하기 위한 경로로 멕시코를 이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11월 대선에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멕시코 정부는 미국 시장으로의 철강 및 알루미늄 우회 수출 방지를 위한 자체 규제를 발표하고 중국 기업과 거리를 두는 등 미국을 의식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최근 멕시코 공장을 건설하려는 중국의 전기차 제조 업체 BYD 관계자들을 만나 토지 저가 불하, 세금 감면 조치 등 투자 혜택을 주지 않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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