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이후의 급격한 변화 중에 초개인화 트렌드가 있다. 우선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발달한 웹3.0이 개인화된 인터넷 세상을 만들면서 개인의 준거집단을 직장에서 소셜미디어로 바꾸었다. 거기다가 비즈니스에서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중시되고, 과거에는 전혀 주목받지 못하던 롱테일 비즈니스로 크게 성공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는 비즈니스가 더욱 더 인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뜻이다. 즉, 기술의 발전 방향이 인간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인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최근 20년간 급성장한 애플이다.
금융시장에서도 투자자의 다양한 욕구를 겨냥해 새롭고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면서 선택 폭이 엄청나게 확대됐다. 더 나아가 정보통신(IT) 기술을 통한 일대일 맞춤형 상품까지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상품에 대한 만족도 증가를 위해 무조건적인 개인화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 금융상품은 소비자가 돈을 소비해서 없애는 것이 아니라 확대·재창출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문제는 기대와는 달리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사람마다 선호가 달라진다. 이는 특정 상품이나 투자 방식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선호의 차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재테크에 필사적이고 신기술 적응력이 빠른 젊은 세대나 일부 고액자산가를 제외하면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지식이 없는 다수의 투자자는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비록 합리적이지 못해도 대다수는 고집스런 투자 패턴을 바꾸지 않는다.
물론 예외적으로 특정 자산에 대한 붐이 부는 경우에 일시적으로 다수가 일탈을 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붐은 이미 널리 인식돼 상당히 자산 가격에 많이 반영된 국면이기 때문에 일탈한 대다수는 손실을 본다. 발달된 매체로 인해 정보 접근성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예측, 분석 능력 등 성공을 위한 필수 요건이 없다면 안타깝게도 이런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결과가 좋아지지 않는다. 특히 지속적인 성공은 더 어렵다.
바로 여기에 비용도 비싸고 불편한 펀드라는 전통 상품의 존재 가치가 있다. 자산 가격의 불확실성과 투자자의 능력, 인내심 등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투자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점투성이인 부동산 투자에서 성공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생각해 보라. 사실 최근 펀드 시장의 부진은 신뢰성의 저하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국내 주식형펀드의 경우에는 국내 증시의 장기 부진에다가 펀드매니저들의 저조한 운용 성과가 겹친 결과이다.
아직 체감하기 어렵겠지만,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으로 시작된 체질 변화로 국내 증시에 새벽이 오고 있다. 게다가 경제 상황의 변화로 인해 점점 투자 여건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범용 상품인 펀드에 대한 인식은 점점 개선될 것이다. 펀드는 쏟아지는 금융상품으로 인한 선택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단순한 선택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