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동십자각] ‘범죄도시4’가 보여준 다문화 사회

연승 디지털편집부 차장





영화 ‘범죄도시4’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개봉 9일만인 지난 2일 관객수 600만을 돌파했고 이번 황금연휴를 지나면 누적 관객 1000만 명에 바짝 다가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쟁작마저 없으니 순풍에 돛을 단 격이다.



영화 비평가들은 1000만 관객을 몇 개월 만에 달성할 것인지, 그리고 ‘범죄도시’ 시리즈가 동원한 총 관객수는 얼마나 될지 등 기록 경쟁만 남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프랜차이즈 영화를 표방한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 시리즈는 ‘자기 복제’ 또는 ‘자기 반복’이라는 세간의 혹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조선족 출신의 이방인이자 ‘악당(빌런)’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변화된 사회상을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다.

이방인 장이수가 대한민국 경찰과 협력해 범죄조직 소탕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 줄거리가 눈길을 끈다.

정의감에 불타는 형사 마석도(마동석 역)에 이끌려 합류하게 됐지만 말이다. 이전 작품을 비롯해 다른 한국 영화에서 조선족 출신 빌런이 경찰과 공조 체제를 구축해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선(善)과 악(惡)의 이분법 대결에서 조선족이나 동남아 출신은 폭력, 사기, 가난 등의 이미지와 오버랩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서툰 한국어 억양으로 “고객님 많이 당황하셨어요?”라며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르는 전화 상담원(2013년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황해’)을 비롯해 최악의 빌런으로 통하는 ‘범죄도시1’의 장첸 등 조선족 출신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보여주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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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범죄도시4’에 나오는 장이수는 어엿한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제 역할과 소임을 톡톡히 하고 있다.

관객들 사이에서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은 마석도가 아니라 장이수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물론 이방인 장이수는 어리숙하고 촌스러운 모습으로 비쳐진다. 하지만 조선족 등 다문화 출신의 등장인물이 대중문화 콘텐츠에 등장하기 시작하던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그 위상과 이미지는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바뀌었다.

관객과 우리 사회는 조선족 출신 빌런 장이수를 어떻게 영화의 주인공으로 수용하고 끌어안게 되었을까.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 절벽에 처한 우리 사회가 아웃사이더에 대한 마음의 문턱을 낮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해외 인력 유입을 대폭 늘리고 이민청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로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병(重病)이 된 지 오래다.

2023년 태어난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0.72명에 그쳤다. 통계청은 올해 합계출산율은 0.68명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로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21년째가 된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이주민을 폭넓게 수용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선량한 이주민과 외국인들이 우리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는 시대가 된 것은 아닐까. 영화를 본 관광객들이 연신 마석도의 대사 “뭔가 이유가 있지 않겠냐?”를 따라해 본다. 누군가 기자에게 “왜 장이수를 주인공으로 기꺼이 인정할까요?”라고 묻는다면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라고 답할 것 같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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