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美 제재 반사효과?…반도체장비 中 수출, 호황기 넘어서

올 1·2 中 수출 2년 전 호황기 넘어서

지난해 꾸준히 증가…日 버금가는 속도

반도체 업턴·韓 기업 공정 전환 영향 분석

레거시칩 미는 中…한국 기업에 긍정 영향





국내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이 상승세를 그리며 올해 초 수출액이 반도체 산업이 활황기를 맞았던 2년 전 수준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업황 자체가 호황기로 돌아선 것이 일차적으로 작용했고, 미국 제재가 강화하는 흐름 속에 중국이 레거시 반도체 비중을 늘린 것도 일부 반사효과를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 반도체 장비(HS코드 848620) 수입액은 올 1월 1억 4969만(2034억 2,871만 원), 2월 1억 4899만 달러(2024억 7741만 원)로 집계됐다. 이는 반도체 산업이 호황기를 누리던 2022년 같은 1·2월보다 높은 수치다. 2년 전 대비 1월 수입액은 7.8%, 2월 수입량은 20.2% 늘어났다.



지난해 중국은 국내 기업들로부터 장비 수입을 꾸준히 늘렸다. 1월에 4905만 달러였던 수입액은 12월 206.4% 늘어난 1억 5030만 달러로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세는 중국의 주요 반도체 장비 수입국인 일본과 비교해도 느리지 않은 속도다. 일본은 같은 기간 154.7% 늘어났다. 일본이 미국과 함께 내로라하는 유수의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장비사들을 향한 중국의 러브콜도 분명하게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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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수출 호조는 일차적으로 반도체 업황 개선과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의 공장이 공정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인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유례 없는 불황을 겪었지만 하반기로 접어들며 점점 상황이 개선됐다. 인공지능(AI) 붐으로 기업들이 AI 컴퓨팅에 최적화된 반도체 구입을 늘리면서 수요가 되살아난 것이다. 더불어 높아진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장비 구매도 덩달아 늘면서 반도체 장비 산업계의 큰손인 중국의 수입량도 대폭 증가했다.

국내 장비 기업들의 거래액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형 반도체 기업에서 나오는데, 이들이 중국 공장의 공정 고도화를 추진 중인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AI로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도 업황 변화에 대응해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낼 유인이 커지고 있다. 예컨대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중 C2 팹을 10㎚(나노미터·10억 분의 1m)급 초반의 4세대(1a) D램 공정으로 전환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우시 공장은 SK하이닉스 D램 생산의 40%를 담당하는 핵심 공장이다.

중국 반도체 업계가 최근 레거시 반도체 비중을 크게 늘리는 점도 국내 장비 업계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2022년 10월 16㎚ 내지 14㎚의 로직 반도체,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8㎚ 이하 D램 등의 장비 및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했다. 이후 반도체 장비 부품, 관련 소프트웨어 등으로 제재 범위를 넓혀가는 추세다. 미국의 견제에 손을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는 중국은 레거시 반도체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부가가치는 첨단 반도체에 비해 낮지만 레거시 반도체는 무기체계뿐 아니라 자동차, 항공기, 로봇 등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전체 반도체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5%에 이른다.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 반도체 장비 산업 강국들에 비해 국내 업계의 경쟁력은 여전히 뒤쳐져 있다는 평가지만 경쟁 범위가 레거시 장비까지 폭 넓어지면서 국내 장비사들도 소구점이 한층 분명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레거시 장비 쪽은 아무래도 첨단 부문 장비보다 경쟁 압박이 덜해 국내 장비사들도 숨통이 트인다”며 “개별 계약마다 다를 수 있지만 가격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미국, 일본, 유럽은 장비를 자급하기 때문에 중국이 아니면 수출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중국 장비 시장이 레거시 쪽으로 커지는 것은 업계로서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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