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환율 움직임이 매우 어지럽다. 지난 연말 달러당 1300원 아래에 있었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해 1400원 선을 위협하다가 1370원 선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로 대외의존도가 높고 과거 외환위기의 트라우마가 있는 우리나라는 환율 변동에 상당히 민감하다. 외환위기를 겪은 지 20년이 넘었음에도 1300원을 훌쩍 넘는 고환율이 나타나면 조건 반사적으로 위기감을 갖게 된다.
특히 올들어 나타나고 있는 원화 약세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무역수지 흑자가 비교적 큰 폭으로 지속되고 있고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가 이어지는 등 외환 수급이 개선되는 상황이 뚜렷함에도 원화가 가파르게 절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불안함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아직 드러나있지 않지만 과거 외환위기 때처럼 혹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없을까에 대한 우려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같은 시각이 기우(杞憂)라고 본다. 지금 원달러 환율은 우리가 무엇을 잘못한 결과라기보다는 팬데믹 국면에서 형성된 미 달러의 구조적 강세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게 우리 경제 펀더멘탈의 대외 신인도를 보여주는 CDS(Credit Default Swap)프리미엄이다. 변동성은 작아지고 지속적으로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CDS프리미엄과 원달러 환율이 밀접한 정(+)의 상관관계를 형성하며 움직였지만 이번 팬데믹 국면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에서 1480원 선까지 크게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CDS프리미엄은 매우 안정된 수준인 20bp~60bp 사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70원 선을 넘나들고 있지만 CDS프리미엄은 아직 30bp 대에 머물고 있다.
또 하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원·달러 환율의 변동이 우리나라 통화정책의 결정이나 앞서 언급한 우리 경제지표 흐름에 영향을 받기보다는 미국 통화정책 결정이나 기대치 변화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부터 금년 초까지 가파르게 하락했는데 이시기는 2024년 미 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확장되는 시기와 맞물린다. 연초 6번까지 늘어났던 올해 중 연준 금리 인하 횟수 기대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고 줄어드는 기대에 맞춰 원·달러 환율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은 비단 지난해 말과 금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번 코로나 팬데믹 국면 이후 형성된 가장 뚜렷한 특징이다.
원달러 환율의 기본적인 흐름이 미국 통화정책의 결정에 의해 형성된다면 미 연준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지금 환율 수준이 유지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 상승 여지가 열려 있다는 판단이다. 미 연준 금리 인하 시기와 횟수에 대한 지금 전망은 4분기 이후 시작되고 횟수는 2번 미만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올해 중반까지는 원화 약세 압력이 절상 압력보다는 더 큰 시기로 볼 수 있다.
한편 지금 원달러 환율에 일부 불편한 시각을 피력하는 견해도 있지만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위험 지표가 안정돼 있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 통화들과 연동돼 움직이고 있는 지금 원화 환율은 그리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 수출에 미치는 환율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약세를 보이는 일본 엔화와 장기 추세가 약세로 전환된 중국 위안화 움직임을 감안하면 홀로 두드러진 환율 안정을 보이는 것보다 연동된 약세가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시각으로 환율 움직임 만을 보고 펀더멘탈에 대한 과도한 해석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