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을 지우는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시간·비용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통증이 정말 심하거든요. 심지어 색소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희끗희끗한 자국이 남습니다. 그걸 알면서 어떻게 찬성합니까. ”
이시형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10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직업적 양심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신 시술은 살갗을 뚫고 영구적인 색소를 주입하는 문신 시술은 국내에서 의료행위로 분류된다. 1992년 5월 대법원의 판결 이후 신체 문신 뿐 아니라 눈썹·아이라인·입술 문신 등 이른바 ‘반영구 화장’과 두피 문신 역시 의료행위 범주에 묶여 의사만 시술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의료인만이 문신 시술을 하도록 허용하더라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대법원과 동일한 해석을 내놨다.
그런데 최근 일부 하급심에서 문신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하급심에서 무죄 판결이 난 재판 중 일부는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오는 13~14일 대구지방법원에서는 비의료인의 눈썹 문신 시술이 적법한 지를 따져보는 국민참여재판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이 교수는 “자칫 의사들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면서도 “할 말은 해야 겠다”고 운을 뗐다. 문신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의료행위라기 보다) 미용의 범주로 봐야 한다는 쪽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도 알지만, 피부과 전문의로서 문신 시술의 부작용을 외면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문신 제거는 통상 2~3년간 40~50번에 걸쳐 반복적인 시술이 필요하다. 통증이 너무 심해 시술을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괴로운데 회당 40만~50만 원이 들어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밥그릇 싸움이라면 지우러 오는 사람이 많아져 의사들이 돈을 더 많이 벌게 될텐데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겠냐는 논리다.
서울대병원과 같은 대형병원에는 문신 부위에 화상을 입거나 궤양, 염증, 국소감염이 생기고 B형·C형간염·매독 등 2차 세균감염으로 진행돼 내원하는 환자를 수없이 보게 된다. 학계에서는 문신용 염료가 림프관을 타고 전신으로 번져 면역 관련 질환, 암 등의 문제를 일으킨 증례 보고도 늘어나는 추세다. 문신용 염료가 림프관을 타고 이동해 영상검사에서 유방암과 구분이 불가능하거나 염료에 포함된 다량의 중금속 물질에 반응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도중 심각한 화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시술 시 필연적으로 통증이 수반되므로 마취연고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이를 몸에 광범위하게 도포했을 때 호흡곤란 등 응급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직업 선택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직무유기라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법적 제한을 풀어주면 문신 시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부작용도 지금과 비교하기 힘든 수준까지 치솟을 텐데 뒷감당을 어찌 하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합법화 한다고 하더라도 꼼꼼한 관리 방안과 면허, 법적인 제도 내에서 시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그는 “문신 시술 과정에서는 급성 염증, 감염, 염색 잉크 등에 의한 이물반응, 과민반응 등이 불가피하다. 의료인이 아니면 대처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문신 시술 합법화에 따른 위험성이 지나치게 간과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이 한다고 해서 권장해야 할 일은 아니지 않나. 무작정 법제화하기 보다 안전한 시술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사후 관리 방안을 논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