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단행 시기에 시장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미국의 집세 동향이 정책 금리 결정에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공식 물가 지표에서 주거비 상승세가 예상보다 더디게 둔화하고 있어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 시간) “미국의 완고하게 높은 주택 임대료가 연준의 금리 인하를 막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연준은 신규 임대료 상승률이 떨어지고 있어 추후 물가 지표 상승세를 변화시키는 데에 주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올 연내 금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주택 시장 상황을 보면 연준 이 같은 관측이 실현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곧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과 연결된다.
실제 미국에서 민간 기관들이 내놓은 임대차 시장 자료와 정부의 공식 물가지표에 나타나는 임대료 추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가령 부동산 시장조사업체 코어로직이 집계한 미국 단독주택 임대료 상승률의 경우 2022년 1·2분기 약 14%에서 올 1분기 3.37%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미국 노동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임대료 부분은 올 1분기 5.7%를 기록했다. 2022년 1·2분기 4.4~5.8%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둔화 속도는 현저하게 느린 셈이다. CPI는 기존 계약을 중심으로 지수에 반영되기 때문에 신규 임대 계약을 포함하는 시장 상황이 나타나려면 시차가 발생한다.
문제는 기존 계약 갱신이 많다는 점으로 분석된다. 기존 임차인들이 고금리의 부담을 느껴 주택 매매에 나서기보다 기존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신규 체결된 임대계약이 많아야 주거비 지수 상승률이 크게 둔화하는데, 기존 주택 임차인들이 이탈하지 않아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윌콕스 이코노미스트는 “계산서가 발송되긴 했는데 운이 나쁘게도 도착하는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늘어나는 이민지도 임대료 추이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신규 공동주택 공급량 증가는 임대료 상승률을 떨어뜨리는 데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민자가 늘어나 임대주택이 빠르게 소진돼 가격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텍사스 지역 주택개발업자 마데라 레지덴셜의 제이 파슨스 대표는 “지난 6개월간 발생한 가장 놀라운 일은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다시 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