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공방이 법원의 효력 집행정지 항고심 결정을 앞두고 난타전의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다. 특히 양측은 상대방 주장을 떠받치는 핵심 논리의 근거를 공격하는데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정부는 의료계가 의사 수 추계의 모범사례로 제시하는 일본의 사례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의료계는 정부의 ‘2035년 의사 1만명 부족’ 주장에 허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14일 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서울대·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자료를 인용해 2035년까지 의사 수가 1만명 부족해진다고 주장하는 것을 반박하고 나섰다. 전의교협은 “미래 의사 수 추계는 가정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데, 정부가 주장한 추계가 한계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추계 과정에서 건강보험 재정 등 경제적 요소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KDI 집계 기준 건보 재정이 2030년에 31조원 적자가 예상되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분석 기준 의대정원 2000명을 늘리면 2035년 요양급여 비용이 14조원 이상 증가한다고 전의교협은 주장했다. 또한 국내총생산(GDP) 요소를 반영하면 외려 2030년엔 의사 수가 3821명 과잉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의사 인력의 생산성 향상, 의료기술 발전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게 전의교협 측 주장이다. 2020년 대한의학회 학회지에 나온 논문을 보면 생산성 증가를 반영하면 2035년에는 의사가 1만5866명 남아돌 것으로 나온다. 아울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인당 의료 이용 횟수가 1위일 정도로 과다한 실태를 그대로 추계에 반영했다는 게 전의교협 측 주장이다.
정부는 일본이 의대 정원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정부 산하 의사수급분과회가 회의 기록을 공개하고 의료기술 발달과 지역·필수의료 보전 등도 고려했다는 의료계 주장을 반박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 일본은 2006년 ‘신 의사확보대책’과 2007년 ‘긴급 의사확보대책’ 등 의대정원 대폭 확대를 결정한 후 2006년부터 점진적으로 늘렸다며 “우리도 일본과 같이 2006년부터 의사를 점진적으로 늘렸다면, 2035년 1만명 부족으로 추계되는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우리나라는 2006년까지 의대정원을 되레 감축했으며, 27년간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했다”며 “2000~2006년 351명을 감축하지만 않았어도 2035년까지 1만명 넘는 의사가 배출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의사수급분과회의’가 매 회의 기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과 관련, 복지부는 “의대 증원이 마무리돼 가는 2015년 12월에 구성된 회의체”라고 해명했다. 의대정원 증원에 따른 후속조치인 증원 효과와 향후 정원 조정 등을 논의한 자리라는 얘기다. 이어 “우리도 향후 의료환경과 의료이용 상황을 종합 고려하여 의사 수급현황을 주기적 검토·조정할 계획이며, 이를 위한 거버넌스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