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증원을 둘러싸고 갈등하고 있는 의료계와 정부가 우리나라보다 앞서 의사 인력을 늘린 일본의 사례를 두고도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급속한 고령화를 겪으면서 의대정원을 늘렸다. 정부는 일본이 의대정원을 12년에 걸쳐 늘리면서도 의사들이 반발하지 않은 반면 우리나라는 2000~2006년 351명 줄이는 바람에 의사 부족 우려가 커졌다고 지적한다. 반면 의료계는 일본이 의대정원을 조금씩 늘린 자체에 주목하면서 의사수급분과회를 통해 논의 과정을 모두 공개하는 점을 들어 정부를 비판한다. 각자 유리한 부분만 부각하는 모습이다.
15일 정부, 의료계 설명을 종합하면 일본은 2006년 ‘신 의사확보대책’과 2007년 ‘긴급 의사확보대책’ 등 의대정원 대폭 확대를 결정했다. 2007년 7625명이던 의대 정원은 2019년 9420명으로 1800여명 늘었다. 올해 정원은 9403명으로, 가장 많았던 2019년 선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의료계는 우리 정부가 의대정원을 한 번에 2000명씩 늘린 반면 일본은 12년간 1800여명 늘리는 점진적 변동을 진행한 점을 강조한다. 반면 정부는 일본이 의사단체 반발 없이 증원한 반면 우리는 27년간 동결된 탓에 2000명을 한 번에 늘려야 했다고 반박한다.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는 2006년까지 의대정원을 되레 감축했으며, 27년간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했다”며 “2000~2006년 351명을 감축하지만 않았어도 2035년까지 1만명 넘는 의사가 배출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가 후생노동성 산하 의사수급분과회를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양측은 해석이 갈린다. 의사수급분과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회의록과 참고자료 등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데, 증원을 논의한 각종 협의체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았던 우리 정부와 대조를 이룬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만 해도 현행법상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는데, 공개하지 않다가 법원 요구를 받고서야 제출 후 공개됐다.
복지부는 일본의 의사수급분과회가 결성된 시점은 증원을 거의 마무리한 2015년 12월이며, 증원 정책 결정보다는 후속 조치를 점검하는 게 주된 역할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면서 “증원 이후에는 고령화 추이, 감염병 상황, 의료기술 발전 등 의료환경의 변화와 국민의 의료 이용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급을 조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거버넌스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본 의사수급분과회는 의사 인력을 추계할 때 인구 구조의 변화, 정보통신기술 등 의료기술의 발달과 근로 시간 감소 등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확인된다. 의료계는 우리 정부의 ‘2000명 증원’ 결정이 졸속으로 외부 환경 변화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대학교 등 3개 연구기관의 추계 보고서는 급속한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 등 의료 수요와 고령자 은퇴 등 의료 공급 측면의 다양한 변수를 토대로 추산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