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고]사고 없는 일터를 만드는 방법

함병호 한국교통대학교 교수

작업전 '점검회의', 교육으로 인정

안전 효율·소그룹 관리효과 높여

사전 예방으로 중대재해 막아야





중대재해는 사업장에서 일어난다. 정확하게 말하면 사업장 내 작업 현장에서 발생한다. 일상적인 작업 패턴을 벗어나 비정상적 상황에 직면했을 때가 특히 위험하다. 안전 작업 절차를 무시한 채 자의적 판단으로 무리한 행동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작업 중 비정상적 상황에서도 작업자가 위험을 인식하고 안전하게 작업하는 능력을 갖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으로 그동안 사업장에서는 작업 시작 전 관리감독자 주관으로 작업자 전원이 모여 당일 작업 내용과 안전한 작업 방법에 대해 협의하고 공유하는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ool Box Meeting·TBM)’를 해왔다. ‘사실상 교육·훈련’이다. TBM은 그동안 근로자 정기 안전보건교육 시간(연간 12~24시간)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12월부터 안전보건교육 시간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다만 실적을 서면으로 관리해야 하는 등 여러 불편한 사항 때문에 TBM이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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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려고 한다. 사업주가 TBM에 대한 부담을 덜고 TBM이 현장 교육·훈련으로 자리 잡도록 ‘TBM의 안전보건 정기교육시간 인정에 관한 지침’을 최근 지방관서에 전달했다. 이 지침은 서류 부담 완화를 위해 다양한 방식의 기록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고용부의 이번 조치는 두 가지 측면에서 대단히 큰 의미를 갖는다. 우선 안전보건교육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됐다. 일반적으로 안전보건교육은 법적 기준을 맞추기 위해 실시하는 ‘시간 때우기’ 교육이나 업무와 무관한 이론 중심 교육이라는 인식이 짙었다. 작업 시작 전 위험성 평가를 기반으로 TBM이 실시되면 사고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안전보건교육과 훈련이 이뤄져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용어는 교육뿐이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교육과 훈련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번 조치로 소그룹 위험관리 활동이 활성화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부분 사고는 작업 중에 발생한다. 소그룹 조직의 위험관리 활동이 활성화돼야 작업 중 발생하는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 법상 교육 시간으로 인정되는 동시에 관리감독자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TBM 활동은 현장 구성원 중심의 위험관리 활동으로 더 활발해질 수 있다.

안전사고는 직접 경험하기에는 감당해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사고를 경험하기 전 모두가 함께 위험을 미리 알고 공유하는 방식의 ‘학습된 사고’가 필요하다.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이 활동이 바로 매일매일할 수 있는 TBM이다.

산업안전정책 패러다임은 사후 규제에서 사전 예방으로 바뀌고 있다. TBM이 모이면 궁극적으로 자기 규율 예방 체계를 구축하고 사고 없는 일터를 만들 수 있다. 안전을 위한 고민과 노력을 교육으로 인정하려는 이번 고용부의 조치는 TBM을 ‘살아 있는 교육 활동’으로 바꿀 수 있다. 산업 안전은 더 이상 서류나 이론으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장에 있는 모든 구성원에게 잘 스며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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