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블록체인이 등장하면서 유동성이 파편화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더리움, 수이, 앱토스 등 레이어1(L1) 블록체인에 이어 베이스, 스타크넷, 옵티미즘 등 수많은 레이어2(L2) 블록체인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유동성도 각 블록체인에 흩어지게 됐다. 사용자는 블록체인 별로 디앱(DApp)을 별도로 이용해야 한다. 체인을 넘나들려면 브릿지 기술을 사용해야 하고, 이때마다 수수료가 발생한다.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도 이 지점은 페인 포인트다. 이를테면 탈중앙화거래소(DEX)는 유동성이 풍부해야 거래가 빠르게 체결되고 슬리피지도 줄어든다. 각 블록체인 별로 흩어져 있는 유동성을 한데 모으기 위한 시도가 지속되는 배경이다. zk링크(zkLink)는 이 같은 문제를 영지식(ZK, zero-knowledge) 기술과 레이어3(L3)으로 해결하고자 구축된 프로젝트다.
지난 달 25일 태국 방콕에서 만난 빈스 양(사진) zk링크 공동창업자는 “파편화된 유동성은 자산을 거래하려는 사용자의 자본 효율성을 저하시킨다”고 강조했다. 유동성이 모여 있는 유니스왑 같은 DEX를 이용하면 유동성이 많기에 사용자가 더 나은 조건에서 거래를 할 수 있지만, 새로 등장해 유동성이 부족한 L2 체인에서는 슬리피지가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zk링크는 싱가포르 기반 프로젝트로, 동남아시아 블록체인 위크(SEABW 2024)에 참석하기 위해 방콕을 방문했다.
양 공동창업자는 “유동성을 종합해 자본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새로 나온 블록체인의 토큰을 구매하기 위해 다른 블록체인으로 자산을 옮기는 번거로움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폴리곤(MATIC)으로 솔라나 기반 밈코인을 사려면 체인이 다르기에 여러 과정을 거쳐야 했다. zk링크는 이런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L2 위에 층을 하나 더 얹어서 L3메인넷에 여러 L2를 연결하기로 했다. 업비트 등 중앙화된 거래소에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이 상장돼있지만 사용자는 블록체인에 상관없이 원화로 간단히 거래가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웹3에서 이 같은 기능을 구현하겠다는 게 zk링크의 전략이다. 양 창업자는 “L2와 유사하게 L3도 일부 트랜잭션을 오프체인으로 가져와 처리한다”면서 “이를 다시 L2로 보내고, 이 증명의 결과 값을 다시 L1에 올리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 경험도 개선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각 블록체인 별로 별도 가상자산 지갑을 만들고, 연결하는 작업을 거치지 않고도 간단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업계 화두인 이른바 ‘체인 추상화’가 이뤄진다는 의미다.
zk링크는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코인베이스 벤처스 등으로부터 1000만 달러(약 135억 5500만 원)를 투자 받았다. 지난 3월 출시한 L3 메인넷 노바의 총예치금액(TVL)은 약 두 달 만에 9억 2086만 달러(약 1조 2486억 원)를 기록했다. 노바에는 이더리움, BNB체인, 아발란체, 타이코, 베이스, 폴리곤 zkEVM, 스타크넷, 옵티미즘 등 17개 체인이 연결돼 있다.
zk링크는 한국 시장에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양 공동 창업자는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를 비롯해 한국의 다양한 잠재적 파트너와 논의하고 있다”면서 “zk링크 생태계에 한국 개발자가 더욱 많아지도록 지원해 노바 기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육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